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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독 내한공연 패티 스미스, 음악은 나이 들지 않음을 강렬한 무대로 증명하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3. 2. 3.

무슨 말이 필요하랴...

정말 눈물나게 멋있었다 ㅜㅜb

 

 

첫 단독 내한공연 패티 스미스, 음악은 나이 들지 않음을 강렬한 무대로 증명하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우리 모두를 위한 위대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고스트댄스(GhostDance)’를 부르기 위해 어쿠스틱 기타를 맨 노장 여성 록커 ‘펑크의 대모’ 패티 스미스(66)의 일성에 스탠딩 객석은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위대한 음악인이자 시인, 평론가, 배우 등 다방면에 걸쳐 족적을 남긴 이 오래된 전방위 아티스트는 무대 위에서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멋있었다.

패티 스미스가 지난 2일 오후 7시 서울 광장동 유니클로 악스에서 첫 내한 단독 공연을 펼쳤다. 2009년 지산밸리록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이후 햇수로 4년 만의 한국 방문이다. 이날 공연장의 분위기는 여느 내한 공연장과 사뭇 달랐다. 외국인 관객들이 눈에 많이 띄는 것이 특징이었다. 나이 지긋한 외국인 관객들이 무대와 가까운 곳 스탠딩 객석에 진을 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스미스의 오랜 음악 인생과 여정은 저들로부터 먼저 확인할 수 있었다.

무대 바깥 그림자 속에서 잠시 관객의 환호성을 즐기던 스미스가 무대 중심에 서서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를 외치자 객석은 열광했다. 검은 재킷과 청바지를 입고 검은 비니를 머리에 쓴 채 무대에 등장한 스미스의 모습은 예순보다 일흔에 가까운 나이를 무색케 할 만큼 젊어 보였다. 첫 곡 ‘레돈도 비치(Redondo Beach)’로 가볍게 몸을 푼 스미스는 지난해에 발표한 새 앨범 ‘뱅가(BANGA)’의 수록곡 ‘에이프릴 풀(April Fool)’을 부르며 비니를 벗었다. 베이스와 드럼의 리듬섹션에 맞춰 몸을 흐느적거리던 스미스는 “셰이크 잇 업(Shake it upㆍ흔들어주세요)”을 외치며 객석을 달궜다. 이어 UFO(미확인비행물체)에 대한 농담과 함께 ‘후지산(Fusi-san)’을 부른 스미스는 기타의 와우와우 사운드가 인상적인 ‘디스턴트 핑거스(Distant Fingers)’와 본격적인 어쿠스틱 무대 ‘고스트댄스’로 열기를 이어갔다.


 


이후 지난해 7월에 세상을 떠난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추모곡 ‘디스 이스 더 걸(This is The Gril)’로 잠시 무대 분위기를 정돈한 스미스는 ‘비니스 더 서던 크로스(Beneath the Southern Cross)’로 프로그레시브록을 방불케하는 전위적인 연주를 선보이며 다시 한 번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스미스는 관객들에게 손을 높이 들어 보이라고 유도하며 ‘Peace(평화)’와 ‘Freedom(자유)’를 연호했다.

오르간과 오버드라이브 이펙트를 먹인 베이스 사운드로 시작된 ‘에인트 잇 스트레인지(Ain’t it strange)’에서 스미스는 오랜 음악적 동반자이자 동갑내기 기타리스트 레니 케이(66)의 연주와 팽팽하게 보컬로 맞서며 긴장감 넘치는 무대를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잠시 케이에게 ‘나이트 타임(Night Time)’ 무대를 맡긴 스미스는 플로어로 내려오는 깜짝쇼를 벌이기도 했다. 스미스는 자연스럽게 팬들과 사진을 찍는가하면 함께 손을 잡고 춤을 추며 스탠딩 객석을 들었다 놓았다.

 

이어 스미스는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벌어지는 아일랜드 록밴드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을 언급하며 ‘비코즈 더 나이트(Because The Night)’, ‘피싱 인 어 리버(Pissing In An River)’, ‘피서블 킹덤(Peaceable Kingdom)’까지 강렬한 퍼포먼스로 관객들을 압도했다. 특히 ‘피싱 인 어 리버’ 무대에서 일렉트릭 기타를 맨 스미스는 기타를 앰프에 가져다 대며 피드백 주법으로 하울링(Howling) 사운드를 들려주는가하면, ‘피서블 킹덤’ 무대에선 기아와 자연재해, 오염 등을 우려하며 핵폭탄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격하게 쏟아내 객석의 환호성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마지막곡 ‘글로리아(Gloria)’는 도입부의 피아노 리프만으로도 객석을 들뜨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재킷을 벗어던진 스미스는 마이크를 객석 곳곳으로 돌리며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했다. 스미스는 ‘글로리아’를 끝으로 손을 흔들며 물러났지만, 명목상 마지막 곡에 속는 관객들은 없었다. 연이은 앙코르 요청에 다시 무대로 등장한 스미스는 “행복한 개에 대한 곡”이란 설명과 함께 ‘뱅가(BANGA)’로 흥겨운 무대를 꾸몄다. 연주자들이 저마다 다른 개 울음소리를 내자 객석 곳곳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이어 그는 “여러분이 미래와 현재”라며 ‘로큰롤 니거(Rock N Roll Nigger)’로 마지막 무대를 마친 일렉트릭 기타의 줄을 손으로 뜯어내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첫 내한 단독 공연을 마무리했다.

1시간 40여분의 공연시간이 믿기지 않을 만큼 짧게 느껴진 강렬한 무대였다. 스미스가 공연 내내 외쳤던 ‘Freedom(자유)’는 이 공연을 관통하는 주제였다. 여유로운 그의 몸짓에선 강신무(降神巫)의 춤사위를 연상시키는 일종의 영적인 힘이 느껴졌다. 여느 팝스타의 공연에 비해 적은 관객들(500여 명) 앞에서 이뤄진 공연이었지만, 빈 공간을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관객들의 반응은 밀도가 높았다.

연주자들은 일렉트릭 기타를 앰프 앞에 세워 둔 채 무대를 떠났다. 빈 무대에선 끊임없이 기타 하울링 사운드가 울려 퍼졌다. 마치 공연이 끝나지 않은 듯한 여운에 잠긴 관객들은 쉽게 자리를 비우지 못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