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994 원소윤 장편소설 『꽤 낙천적인 아이』(민음사) 별것 없는 이야기인데 사정없이 빨려 들어간다. 재미가 없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재미있다. 슬그머니 밑밥을 깔아뒀다가 헛웃음(다시 말하지만 웃음이 아니다)을 터트리게 하는 기술이 기가 막힌다. 자기 이야기를 남 말하듯 풀어내는 말발이 장난 아니다 헛웃음 사이에서 짙은 서글픔도 함께 느껴져 가슴이 아렸다. 교차하는 희극과 비극 속에서 짙은 화장을 한채 표정으로는 웃고 눈으로는 우는 광대를 마주한 기분이다. 대단히 솔직하고 그 솔직함이 거북하지 않다. 끝없는 자학하는 가운데에서도 은근슬쩍 자부심이 엿보이기 때문이리라. 시종일관 강약강약을 조절하며 이야기를 끌고 가는 내공이 장난 아니다. 책을 덮을 때 찰리 채플린이 남겼다는 "인생은 멀리서 보면 비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라는 명언과 로베르토 베니니의 영.. 2025. 11. 24. 2025년 11월 4주차 추천 앨범 ▶박문치 [바보지퍼] ▶피치트럭 하이재커스 [Peach Truck Hijackers] ▶김새녘 [소년조각] * 살짝 추천 앨범 ▶더 히든 엘리펀트 [The Giant Step] ▶비공정 [Hellvetica] ▶사뮈 [비균형] ▶로스오브인펙션 [罰錢] ▶나혜 [Poems] ▶스트레이 키즈 [DO IT] ▶천진우 [졸업앨범] 2025. 11. 23. 조영주 장편소설 『쌈리의 뼈』(빚은책들) 처음에는 미스터리 범죄물로 읽히지만, 결국 가족과 진실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은 실제 벌어진 일 그 자체를, 진실은 사실 속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본질을 의미한다. 사실은 눈에 보이지만 진실은 잘 보이지 않는다. 대체로 숨겨진 사실에 진실이 숨어 있다. 주인공은 누가 살인범인지 사실을 좇고 주위를 끊임없이 의심한다. 주인공은 끝내 자기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사실을 발견하고 혼란해 빠지지만, 동시에 그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누군가의 소중한 존재라는 진실을 깨닫는다. 지킬 게 있는 사람이 지킬 게 없는 사람보다 더 강해질 수밖에 없음을 페이지를 넘기며 실감했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기면서 퍼즐을 맞추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끝을 미리 알아맞히고 싶은데, 도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끝을 맺을지 .. 2025. 11. 18. 2025년 11월 3주차 추천 앨범 ▶심규선 [환상소곡집 op.3 ] ▶자우림 [LIFE!] * 살짝 추천 앨범 ▶길찬호 [무너지고, 피어나는] ▶집단지성 [홀로 남은] ▶김산 [말풍선] ▶더더 [THE MAST] ▶김오키 [퇴마왕] ▶강연주 [BEEGUPHAE♡] ▶안지원 [아마추어의 집] ▶친친탱고 [Tango del Mar] ▶영비누 [Where'd you go?] 2025. 11. 17. 서수진 장편소설 『엄마가 아니어도』(문학동네)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저출산 시대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 그런 나라에서 누군가는 절실하게 아이를 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김의경 작가의 장편소설 『헬로 베이비』의 무대를 해외로 넓히고, 여기에 천재지변이나 다름없는 사태까지 더해지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읽는 내내 숨이 턱턱 막혔다. 누가 누구를 죽이려고 쫓아다니는 이야기는 아닌데도, 그 어떤 범죄물이나 스릴러보다 아찔해서 숨고 싶었다. 대리모를 통해서라도 아이를 얻고 싶은 간절한 모성이 윤리와 부딪히는 상황이 반복되는데, 그 누구에게도 함부로 돌을 던질 수가 없다. 아... 이를 어찌해야 한다는 말인가. 무엇보다도 실감 나는 묘사가 일품이다. 태국과 인도의 대리모 산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꽤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어 충격을 받았다. 전혀 몰.. 2025. 11. 16. 2025년 11월 2주차 추천 앨범 ▶윤지영 [시지프 신화] ▶Room306 [잔향] ▶천둥오리 [나에게로 오라] ▶루시드폴 [또 다른 곳] ▶선미 [HEART MAID] * 살짝 추천 앨범 ▶유노윤호 [I-KNOW] ▶이날치 [흥보가] ▶어반자카파 [Stay] ▶미연 [MY, Lover] ▶우희준 [아, 진실이라는 모래알이 내 발밑을 찔러서 따갑다!] ▶0% [흰 벽 아래 핀 꽃] ▶레인보우99 [Autumn 1] ▶동영 [조사시음] ▶스윗가솔린 [Rainbow Prism] 2025. 11. 9. 2025년 11월 1주차 추천 앨범 ▶이지호 [Jazz Community] * 살짝 추천 앨범 ▶정승환 [사랑이라 불린] ▶신스네이크 [Nodes] ▶올로지, 헤이브 [U ALL] ▶데이네버체인지 [Further we go, bigger the wall] 2025. 11. 2. 정보라 장편소설 『아이들의 집』(열림원) 나는 2017년 3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정부세종청사에 드나들며 고용노동부, 환경부 출입 기자로 일했다.2년 동안 세종에서 거주했는데, 그곳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풍경은 어딜 가든 많이 눈에 띄는 아이들이었다.세종시는 전국에서 가장 출산율이 높은 지역이다.내가 보기에 높은 출산율의 이유는 간단했다.세종은 공무원이 굉장히 많이 사는 도시다.많은 공무원이 특별분양공급으로 아파트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분양받았다.어린이집도 정말 잘 돼 있고, 아이를 키우는 데 해로운 환경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어차피 서울로 올라가지 못하는 현실, 공무원들은 자기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했다.세종시로 파견될 때 격렬하게 저항했던 선배 기자들 상당수도 세종에 정착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키울 정.. 2025. 10. 30. 2025년 10월 5주차 추천 앨범 ▶박주원 [Danza del Este] ▶송소희 [Re:5] ▶스위머스 [Swiimers High] ▶아톰뮤직하트 [Korean Hotel Suspense] ▶잔나비 [사운드 오브 뮤직 pt.2 : LIFE] ▶애리 [B,U.D] ▶정원영 [소풍] * 살짝 추천 앨범 ▶Various Artists [10+10: 포크라노스 10주년 컴필레이션] ▶양치기소년단 [우리] ▶이바다 [FANTASY] ▶공 [이터널러버] ▶푸른새 [푸른새 I] 2025. 10. 27. 이전 1 2 3 4 ··· 2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