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스터포 “쉽고 즐겁지만 깊이 있는 한 수…한 번 보여드릴까요?”

이태윤, 손무현, 조범진, 장혁...

이 사람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나로 뭉친 거야!!

인터뷰 내내 정말 흥분돼 미치는 줄 알았다. 나만 미친 건가? 이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그야말로 슈퍼밴드 아닌가!

뜻하지 않게 '내일이 찾아오면'의 주인공 가수 오석준 씨와도 마스터포 멤버들과 함께 있다가 만나 인사를 나눴다.

조용필 18집에 실려 있는 오석준 작곡 '그 또한 내 삶인데'를 흥얼거리니 함박 웃음을! 하하하~

 

 

(인터뷰) 마스터포 “쉽고 즐겁지만 깊이 있는 한 수…한 번 보여드릴까요?”

| 기사입력 2013-03-27 08:36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소림파, 무당파, 화산파, 곤륜파 등 무협소설 속 정파의 은거 고수들이 한 팀을 이뤄 무림을 휘젓고 다닌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음악계에선 이런 꿈같은 일들이 종종 벌어져 팬들을 즐겁게 만들곤 한다. 밥 제임스(키보드), 리 릿나워(기타), 나단 이스트(베이스), 하비 메이슨(드럼) 등 세계적인 재즈 거장들이 의기투합한 포플레이(Fourplay)가 있었다. ‘기타의 신’ 에릭 클랩튼과 ‘블루스의 거장’ 비비킹(B.B.King)도 ‘라이딩 위드 더 킹(Riding with the King)’이란 앨범으로 조우한 바 있다. 부러운가? 부러우면 지는 거다. 한국에도 만만치 않은 팀이 등장했다. 이태윤(베이스), 손무현(기타), 조범진(기타ㆍ보컬), 장혁(드럼) 등 장르를 망라한 수많은 앨범에 연주자, 작곡자, 편곡자,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던 절정 고수 넷이 마스터포(Master4)란 이름으로 뭉쳐 데뷔 앨범 ‘시너지(Synergy)’를 발표했다. 마스터포의 멤버들을 서울 압구정동 모 카페에서 만났다.

멤버들의 이름은 음악을 꽤 들었다는 사람들에겐 매우 익숙한 이름들이다. 이태윤은 록밴드 ‘부활’과 ‘송골매’를 거쳐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에서 20여 년 넘게 베이시스트로 활동 중이다. 손무현은 헤비메탈 밴드 ‘외인부대’ 기타리스트 출신으로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ㆍ‘애수’ 등 히트곡의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렸다. 조범진은 밴드 ‘사랑과 평화’에서 기타를, 장혁은 헤비메탈 밴드 ‘작은하늘’을 거쳐 신승훈과 성시경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하고 있다.

동료 뮤지션들의 앨범과 공연의 협연을 위주로 활동을 벌여온 이들이 뒤늦게 가요계 전면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손무현은 “멤버들 모두 음악 동료로 술친구로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라며 “나와 장혁의 중학교 동창인 친구(염태하 의학박사)가 제작자를 자청하며 한바탕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줬다”고 팀 결성 배경을 설명했다. 이태윤은 “무언가 거창한 것을 해보자고 모인 팀은 아니다”라며 “돈벌이에 구애 받지 않고 음악을 즐기기 위해 만든 팀이다. ‘이지 앤드 퍼니(Easy & Funny)’가 우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밴드 마스터포의 멤버 이태윤(베이스), 손무현(기타), 장혁(드럼), 조범진(기타ㆍ보컬).          [사진제공=소니뮤직]

 

앨범에 담긴 내용은 단순히 ‘이지 앤드 퍼니’로 듣기엔 그 내공이 만만치 않다. 앨범엔 멤버들의 코러스와 탄탄한 구성이 돋보이는 타이틀 곡 ‘물 흐르는 대로’를 비롯해 포스터 표어를 연상시키는 짧은 가사를 꽉 찬 사운드에 유쾌하게 담아낸 ‘예의범절’, 베이스 하모닉스 연주와 스캣이 인상적인 ‘굿 모닝(Good Morning)’, 떠나간 사랑을 잊지 못하는 마음을 간주의 짧은 기타 솔로와 마지막의 긴 기타 솔로로 대비시킨 ‘그녀의 목소리’, 베이스 솔로와 곡 후반부의 다채로운 변화가 즐거움을 주는 ‘유 메이크 미 스마일(U make me smile)’ 등 소울, 펑크, 블루스, 재즈 등 다양한 장르와 록을 결합시킨 5곡이 담겨있다. 곡들은 하나 같이 ‘이지 앤드 퍼니’란 풍류를 잃지 않으면서도 과장되지 않은 깔끔한 연주로 담백한 멋을 풍긴다. 보컬 파트와 연주 파트의 경계를 허무는 ‘예의범절’, 목소리를 하나의 악기처럼 활용하는 ‘굿 모닝’ 등의 다소 파격적인 곡들도 자연스럽게 귀로 스며들어 파격을 실감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도 특징이다. 조범진은 “함께 연주를 하다보면 앨범 제목처럼 ‘시너지’ 효과를 느끼는 일이 많다”며 “곡들에서 감지하게 될 신선한 느낌은 결코 작곡자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동료들이지만 이런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울 때도 많다”고 고백했다.

마스터포의 멤버들은 모두 강단에서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이태윤은 평택대, 손무현은 한양여대, 장혁은 서경대, 조범진은 두원공대에서 각각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손무현은 “앨범에 담긴 음악은 결코 아카데믹한 어려운 음악이 아니다”라며 “이번 앨범이 연주자를 지망하는 많은 사람들이게 교과서나 길잡이 역할이 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이태윤은 “최근 실용음악과를 지망하는 많은 학생들이 학원에서 정형화된 주입식 교육을 받고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며 “좋은 연주자가 되려면 좋은 음악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끊임없이 자기 생각을 가지고 음악을 해야지 교육에만 의존해선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앨범 크레디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이들이 국산 악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태윤은 데임(Dame)사의 베이스를, 손무현은 길모어(Gilmour)사의 기타로 녹음을 마쳤다. 이태윤은 “공교롭게도 멤버들 모두 순수 국내파 출신 연주자”라며 “일부 연주자들의 경우 유학을 다녀온 사실을 자랑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프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자기 생각을 가지고 자기 음악을 연주하느냐이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연주자와 작곡자, 편곡자는 가수의 스태프처럼 취급 받는 불합리한 구조가 고착화 돼있다”며 “마스터포의 활동이 연주자들의 활동 영역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마스터4’는 오는 29일 서울 대학로 클럽 천년동안도에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개최한다. 조범진은 “아직도 연주자들의 지위는 무대 전면에 등장하는 가수들에 비해 열악한 편”이라며 “우리의 활동이 연주자를 지망하는 많은 후배들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고전했다. 손무현은 “올해 열릴 예정인 각종 음악 페스티벌에도 참여할 계획”이라며 “팀의 활동이 대중음악계에서 발상의 전환이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당부했다.

123@heraldcorp.com

(왼쪽부터) 밴드 마스터포의 멤버 이태윤(베이스), 장혁(드럼), 손무현(기타), 조범진(기타ㆍ보컬).          [사진제공=소니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