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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기타리스트 최희선 “나는 아직도 연주에 배가 고프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3. 4. 1.

어흑! 인터뷰를 한 건 꽤 됐는데 기사가 다소 늦어졌다.

내 인생 최고의 락커, 최고의 뮤지션 조용필. 그의 밴드 '위대한 탄생'에서 20년째 리더로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최희선 쌤을 드디어 만났다.

오래전부터 느낀 것이지만 진짜 동안에 몸도 좋으시다. 내가 다 부끄러울 정도로.

이런 저런 정말 많은 음악 이야기를 나눴다. 동영상과 공연으로만 봐온 그의 연주를 내 눈앞에서 보게 될 줄은 으아!!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기타리스트 최희선 “나는 아직도 연주에 배가 고프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연주자들에게 있어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이하 ‘위대한 탄생’)’이란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위대한 탄생’의 라인업은 언제나 당대 최고의 연주자들에게만 허락된 자리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베이시스트로 존경받는 송홍섭, 조용필의 명곡 ‘친구여’를 작곡한 키보디스트 고(故) 이호준, ‘사랑과 평화’의 기타리스트 최이철 등 이름만으로도 전설적인 연주자들이 ‘위대한 탄생’을 통과의례처럼 거쳤다. 한국 발라드의 문법을 새로 쓴 고(故) 유재하도 자신의 곡 ‘사랑하기 때문에’를 조용필 7집에서 처음 선보였다. 

조용필의 백밴드 이상의 절대적인 위상을 누리고 있는 ‘위대한 탄생’에서 최희선(52)은 무려 20여 년째 밴드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로 활동해 오고 있다. 속칭 ‘끝판왕’ 기타리스트인 그가 ‘위대한 탄생’의 옷을 벗고 처음으로 온전히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만의 음악을 담은 앨범을 지난달 28일 내놓았다. 데뷔 36년 만에 첫 솔로 앨범 ‘어너더 드리밍(Another Dreaming)’을 발표한 최희선을 서울 동교동 연습실에서 만났다.

왜 이렇게 첫 솔로 앨범이 늦어졌냐는 질문에 최희선은 “‘위대한 탄생’의 리더로서 해야 할 일들이 늘 많았고, 완벽주의자적인 성격 때문에 앨범을 쉽게 내기 어려웠다”며 “마침 지난해 형님(조용필)이 데뷔 45주년 준비에 매진하게 되는 바람에 오랜만에 개인적인 시간을 낼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앨범 타이틀을 ‘어나더 드리밍’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나이 50이 넘으면 내 연주 앨범 하나를 가지는 것과 록페스티벌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연주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하며 “앨범 발매의 꿈은 이뤘으니 이제 벗는 일만 남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너스레와는 달리 최희선은 1년 3개월의 시간을 온전히 앨범 제작에 쏟았다. 앨범엔 그간의 음악적 노정을 고스란히 담은 12곡의 연주곡이 실려 있다. 군더더기 없이 시원하게 질주하는 헤비메탈 ‘뱀’ㆍ‘파워 게이트(Power Gate)’, 바로크메탈을 연상시키는 스케일을 연주하는 기타와 건반의 대결이 인상적인 ‘선더 스톰 플라워(Thunder Storm Flower), 탁 트인 풍경 같은 선율로 앨범에 숨 쉴 곳을 제공하는 ‘희망가’ㆍ‘하늘을 보고’, 퓨전재즈 풍의 유쾌한 연주와 편곡이 돋보이는 ‘동물농장’, 슬로우 템포 속에서도 애잔하고도 끈적끈적한 톤으로 격정하는 ‘여명의 강’ㆍ‘리멤버(Remember)’ㆍ‘비연’ 등 장르 또한 블루스부터 헤비메탈까지 그가 무대에서 연주해온 곡들만큼 다채롭다. 조용필을 향한 헌정곡 ‘사운드 오브 문(Sound of Moon)’, 이중산ㆍ엄인호ㆍ이성열ㆍ김마스타 등 오랜 음악적 동료들과 함께 10분 가까이 잼(즉흥연주)을 벌이는 보너스 트랙도 즐겁다. 여기에 김선중ㆍ김희현ㆍ이건태(이상 드럼), 이종욱ㆍ최태완(이상 키보드), 신현권ㆍ이태윤(이상 베이스) 등 당대 최고 연주자들이 앨범에 힘을 보탰다. 피아노엔 박원영ㆍ김진아 등 후배 신인 연주자들이 참여해 기량을 뽐냈다. 

‘사운드 오브 문’에 얽힌 사연을 부탁하자 최희선은 “곡의 부제 ‘3.21.’은 조용필의 생일을 의미한다”며 “지난해 3월 21일 형님께 축하 문자를 드리고 연습실에서 나와 자동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도로 위로 비치는 달빛이 쓸쓸해 형님 같았다”고 회상했다.

음악 시장이 극도로 침체된 현재 상황에서 온전한 정규 앨범, 그것도 연주곡만을 담은 앨범을 발표하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최희선은 “노래와 가사가 없어도 듣기 좋은 연주곡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아무리 음악 시장이 열악해도 좋은 연주라면 충분히 대중의 공감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1977년 데뷔 후 ‘최헌과 불나비’, ‘불새’, ‘신’ 등의 밴드를 거친 최희선은 이후 세션과 프로듀서로 활동하다 1993년부터 ‘위대한 탄생’에 합류해 지금까지 팀을 이끌고 있다. 비록 ‘국가대표 급’ 밴드에서 리더로 활동 중이지만 자기 음악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최희선은 “명품 ‘루이비통’ 가방을 만드는 디자이너들이 자기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지는 경우는 없다”며 “‘위대한 탄생’ 안에서 내 손길이 닿은 많은 곡들이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최희선이 바라보는 조용필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노래 대신 기타를 치셨어도 최고의 기타리스트가 됐을 분”이라고 극찬하며 “언제나 누구보다 앞선 음악적 감각으로 주변을 이끄시는 분이다. 칭찬을 평소 아끼시는 형님이 이번 앨범에 대해 “내 앨범 옆에 꽂아 두자”며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다행이다”고 기뻐했다.

최희선은 프로 연주자로서는 드물게 국산 브랜드 악기를 사용하고 있다. 그가 사용하는 기타는 길모어(Gilmour)가 최희선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모델이다. 그는 “픽업의 코일 하나하나까지 철저하게 내 색깔에 맞춘 모델”이라며 “튜닝이 정확하고 특히 공연장에서 빛을 발하는 악기”라고 자신의 기타를 자랑했다. 이어 프로 연주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최희선은 “‘킬리만자로의 표범’에 속주에 어울리지 않듯, 기타가 무슨 연주를 해야 하는 지 잘 아는 반 헤일런(Van Halen)을 연주자로서 가장 좋아한다”며 “연주 테크닉은 연주자의 감정을 나타내는 수단에 불과하다. 듣는 사람이 감동을 받는 연주를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최희선은 4월 13일 서울 용산아트홀 대극장 미르에서 생애 첫 단독 콘서트를 연다. 이날 공연엔 타미(Tamy) 등 젊은 후배 뮤지션들과 제자들이 함께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최희선은 “1부에선 이번 앨범 수록곡을 연주하고 2부는 게스트들과 함께 좋아하는 명곡들로 채울 것”이라며 “후배들에게 앞으로 많은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고 각오를 전했다.

첫 앨범은 늦었지만 다음 앨범을 위한 기다림을 길지 않을 전망이다. 최희선은 “‘사의 찬미’부터 ‘강남스타일’까지 한국인이 좋아하는 노래들을 내 스타일로 연주한 음반을 내고 싶다”며 “앞으로 밴드를 만들어 2집, 3집까지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이것이 내 ‘어너더 드리밍’이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