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벌진트는 소싯적 자신이 조용필의 곡을 최초로 피처링 하는 가수가 되리란 사실을 예상이나 했을까?
“노래 중간에 랩이 들어가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한 조용필 팬클럽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일부다. 이 글을 올린 회원은 “YPC프로덕션(조용필의 기획사)에 들렀다가 우연히 잠깐 19집 신곡을 듣게 됐는데, 이전 노래와 분위기도 다르고 생동감이 넘친다”며 “조용필이 젊은 톤의 음색으로 노래를 부른다”고 전했다. 이 글은 당시엔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았지만, 오래된 팬들에겐 오는 23일 10년 만에 발표되는 조용필의 새 앨범 19집 ‘헬로(Hello)’의 음악적 변화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게 해준 소중한 단서였다.
랩의 주인공은 그로부터 이틀 후에 공개됐다. 지난 2일 진행된 언론매체 대상 신곡 감상회에서 작사자ㆍ작곡자ㆍ편곡자ㆍ연주자 등은 공개되지 않고 앨범 트랙 리스트만 취재진에게 제공됐다. 공개된 몇 안 되는 정보 중 취재진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끌었던 것은 앨범의 타이틀곡 ‘헬로’에 랩을 피처링(다른 가수의 연주나 노래에 참여해 도와주는 일)한 버벌진트(Verbal Jint)였다. 소프라노 전은정이 2003년 18집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의 수록곡 ‘위드(With)’를 조용필과 함께 부른 일은 있지만, 가수가 조용필의 곡을 피처링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2000년 싱글 ‘섹스 드라이브(Sex Drive)’로 데뷔한 버벌진트는 자신만의 독특한 한국어 라임(비슷한 모음과 자음을 이용해 가사에 운율을 만드는 것)을 구사하며 라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휘성, 주석, 이현도, 다이나믹 듀오, 태완, 리사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앨범에 작사와 작곡 및 랩 피처링으로 참여했던 버벌진트는 최근 애즈원의 ‘데이 바이 데이(Day by day)’, 에일리의 ‘폭풍 속으로’, 서인국의 ‘너 땜에 못살아’를 피처링한 데 이어 남규리의 ‘이게 사랑이 아니면’ 뮤직비디오 출연, 다비치의 ‘녹는중’과 팬텀의 ‘몸만와’를 프로듀싱하는 등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소속사 브랜느뮤직의 대표이자 프로듀서인 라이머(Rhymer)는 “조용필 측이 전 세대를 아우르려는 곡을 만드는 데 가장 적절한 피처링 파트너로 버벌진트를 꼽았다”며 “피처링 요청 역시 조용필로부터 먼저 왔다”고 말했다. 버벌진트가 피처링 파트너로 각광받는 이유에 대해 라이머는 “버벌진트는 스스로를 힙합이란 장르에 국한시키지 않는 아티스트”라며 “버벌진트가 다른 아티스트들로부터 피처링 파트너로 각광받아온 이유도 그의 열린 음악적 성격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라이머는 “아직 조용필의 앨범이 정식으로 발매된 상황이 아니라서 버벌진트가 직접 피처링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할 상황이 아니다”면서도 “버벌진트에게 영광스런 기회를 준 조용필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버벌진트는 오는 23일 조용필의 컴백 쇼케이스 참여를 마지막으로 새로운 정규앨범 ‘10년 동안의 오독 II’의 마무리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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