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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엔블루, 거듭된 자기복제로 위기 맞은 한류에 새 돌파구 제시하나?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3. 5. 13.

최소한 씨엔블루가 무슨 밴드냐는 비아냥거림은 무시해도 좋을 것 같다.

생각보다 상당한 실력의 라이브 무대를 보여줬다.

적잖이 놀랐다.

 

 

씨엔블루, 거듭된 자기복제로 위기 맞은 한류에 새 돌파구 제시하나?

[헤럴드경제(홍콩)=정진영 기자] 지난 11일 오후 3시(이하 현지시간) 홍콩의 번화가 침사추이(尖沙嘴) 중심에 위치해 있는 매머드급 쇼핑몰 하버시티(Harbour City) 내의 음반 매장 홍콩 레코드(Hong Kong Records). 홍콩 최대 음반 판매점 중 하나인 이곳을 찾은 리우후이잉(25ㆍ여) 씨는 매장에 마련된 K-팝 코너에 진열된 앨범들을 가리키며 흥분했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廣州) 시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리우 씨는 다섯 시간에 걸쳐 열차를 타고 홍콩으로 와 지난 10일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Asia World EXPO Arena)에서 열린 씨엔블루 월드 투어 ‘블루문(Blue Moon)’ 공연을 관람했다. 그는 “자신들의 음악을 직접 만들고 연주하는 씨엔블루는 중화권에서 아이돌이 아닌 아티스트로 주목 받고 있다”고 느린 한국어로 또박또박 말했다. 

씨엔블루가 지난 10일과 11일 이틀간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 월드 아레나에서 월드 투어 ‘블루문(Blue Moon)’을 열어 1만 4000여 관객을 동원했다.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이날 오후 8시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에서 씨엔블루 월드투어의 두 번째 홍콩 공연이 펼쳐졌다. 씨엔블루는 당초 11일 하루만 공연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티켓이 5분 만에 전석 매진돼 10일 공연 추가를 결정했다. 이번 홍콩 공연에서 씨엔블루는 이틀간 1만 4000여 관객을 동원했다.

씨엔블루는 두 번째 일본 싱글 타이틀곡 ‘웨어 유 아(Where You Are)’를 시작으로 정규 1집 ‘퍼스트 스텝(First Step)’의 타이틀곡 ‘직감’, 최근에 발표한 네 번째 미니앨범 ‘리블루(Re:Blue)’의 타이틀곡 ‘아임 쏘리(I’m Sorry)’ 등 23곡을 2시간 30분간 라이브로 선보였다.

지난 2005년에 개장한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는 면적 1만 880㎡에 높이 19m의 규모로 홍콩에서 가장 큰 공연장이다. 뮤즈(Muse), 린킨 파크(Linkin Park), 마룬 파이브(Maroon 5), 레이디 가가(Lady Gaga)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이곳에서 공연을 벌인 바 있다. 세계적인 공연장답게 국내 여러 공연장들의 고질적인 문제인 하울링(출력된 음향이 다른 입력 장치로 들어가 증폭돼 재출력되는 현상)이 없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관객의 귀에 들리는 악기 연주는 깔끔했다. 사소한 실수라도 감추기 힘든 환경에서 씨엔블루는 상당히 안정된 연주력과 여유로운 무대 매너를 보여줬다. 연주에 있어서 가끔 실수가 노출되기도 했지만, 국내 일각에서 이는 “아이돌이지 무슨 밴드냐?”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수준의 무대는 결코 아니었다. 

 


커버곡 하나 없이 자신들의 레퍼토리만으로 2시간 30분의 라이브 무대를 이끌어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날 무대 위의 씨엔블루의 모습은 충분한 연습 시간을 투자해 팀워크를 쌓은 ‘꽤 괜찮은’ 밴드였다. ‘국내 밴드 사상 첫 월드투어’란 다소 부담스러운 타이틀이 낯간지럽지 않은 무대였다.

여성 관객 일색인 기존의 K-팝 해외공연과는 달리 남성 관객들이 눈에 많이 띄는 것도 이채로운 광경이었다. 공연을 관람한 체리 쳄(29ㆍ여) 씨는 “씨엔블루의 공연은 다른 K-팝 공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성 팬들이 많다”며 “밴드 음악을 하거나 악기를 배우는 남성들 상당수가 씨엔블루를 동경하고 좋아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아이돌 중심으로 자기복제를 거듭해온 K-팝 시장은 현재 위기를 맞고 있다. 다수의 K-팝 스타들이 일본의 대표적인 대형 공연장인 도쿄돔, 부도칸 등에서 공연을 펼치며 승승장구 중이지만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 K-팝의 전진기지였던 일본의 대형 음반 매장 타워레코드 도쿄 시부야점은 몇 년 전만해도 1층 전체가 K-팝 앨범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러나 기자가 지난달 말에 찾은 이 매장에서 K-팝 코너는 4층 내 일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국내 음원 및 앨범 시장에서도 아이돌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때 아시아 지역을 풍미했던 홍콩 영화가 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믿을 수 없는 수준의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이유도 무분별한 자기복제 때문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씨엔블루의 앨범 홍콩 유통을 담당하는 워너뮤직의 앤디 륭(Andy Leung)은 “씨엔블루는 홍콩에서 아이돌이 아닌 록밴드로 인식되고 있다”며 “K-팝 스타들 중엔 록밴드가 많지 않기 때문에 씨엔블루는 현지에서 매우 독보적인 존재”라고 현지 동향을 전했다. 아이돌의 느낌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아티스트 콘셉트를 가미해 아시아 지역에서 성공을 거둔 씨엔블루의 사례는 하향세인 아이돌 중심의 한류에 새로운 형태의 돌파구를 제시해줬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씨엔블루는 오는 25일과 26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공연을 가진 뒤 호주, 필리핀, 중국,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월드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123@heraldcorp.com

 

 

보너스 사진으로..

기자들의 뒷풀이 장소에 찾아와 건배를 하던 씨엔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