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훌쩍 떠나는 여행

(2014.06.08) 뜻하지 않은 양평 두물머리 방문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4. 6. 8.




아침에 차를 보니 너무 더러워서 셀프세차장에서 세차나 할까 하며 시동을 걸었는데 걸리지 않았다. 

시동을 한 달 가까이 안 걸었더니 벌어진 참극이었다.


주중에 취재할 땐 지하철로 움직이는 게 더 빨라 주차장에 처박혀 있고, 주말에는 연애질을 하는 게 아니라 주차장에 고이 처박혀 있던 녀석인데 결국 파업을 선언했다. 보험사를 불렀다.


급히 출동한 직원이 점퍼로 시동을 걸며 내게 "최소 30분 최대 1시간 정도 시동을 켜두라"고 말했다.

1시간 동안 주차장에서 공회전 시키느니 차라리 먼 곳에 다녀오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잘 이어지지 않은 소개팅녀가 내게 지나가는 말로 양평 두물머리에 같이 가자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났다.

충동적으로 자동차에 올라타 두물머리로 향했다. 생전 처음 방문하는 양평이었다.

왕복 100km 정도니 배터리 충전에는 충분한 거리였다.




아! 양평이형!

양평 두물머리 공용 주차장에 도착하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런다고 진짜 오냐. 이 바보야 ㅋㅋㅋㅋ


사실 나는 차가 없어도 아무런 지장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오히려 취재를 할 때엔 차를 몰고 나가는 것이 더 불편하다. 서울은 주차장 찾느라 스트레스를 받는 동네이니 말이다.


그러나 차가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꽤 위안이 되는 부분이 있다.

언제든지 마음 내키면 차를 몰고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것 하나 때문이라도 나는 절대 차를 포기할 수 없다.

물론 그렇게 마음이 내키는 대로 떠나는 날은 1년에 겨우 손을 꼽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딱히 좋은 차에 욕심이 있는 건 아니다. 그랬다면 벌써 전세금이 거덜났겠지. 굴러가기만 하면 족하다.




어휴~ 꽤 넓네?




여름부터 가을까지 지천에 흔한 쑥부쟁이.




여름에 쑥부쟁이만큼이나 흔한 루드베키아.




오호~ 뱀딸기꽃도 피었네?




국민잡초~ 개망초~




세미원인지 뭔지 한 번 들어가볼까 했는데 입장료가 4000원이라 포기했다.




날이 맑을 때 오면 좋았을 것을..




두물머리의 나름 명물이라는 배다리.

배를 강 건녀편까지 병렬로 펼쳐놓고 그 위에 길을 올린 다리다.

그러다보니 걸을 때마다 꿀렁꿀렁 흔들린다.





두물머리는 역시 연인들의 성지인가..

쌍쌍이 참 많이도 왔다.




그래도 오랜만에 강 다운 강을 보니 좋긴 하구나.




연잎은 많은데 개구리는 하나도 없네?




빨래판으로 만든 괴이한 길.





가까이 다가가 향기를 맡아보니 오오... 좋다!





들어가서 다 긁어오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느라 힘들었다.






날이 흐리니 강과 하늘이 뒤섞여 수평선을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이건 뭐 수묵화도 아니고...




벌써부터 코스모스가 보이네?




수많은 연인들이 오가던 연꽃 재배지 옆 길.




그렇게 맛있어?




연잎 핫도그. 가격은 3000원.

반죽에 연잎을 섞었다. 속에 든 수제소시지가 실하니 맛이 꽤 괜찮다.




수줍은 초롱꽃.




두물머리를 지키는 400년 묵은 느티나무.




아따 강바람 시원하다~




갑자기 맥반석에 구운계란을 먹고 싶었다.




죄다 가족단위 연인단위 방문자들이다.




국민잡초 뒤로 보이는 두물머리의 흐릿한 풍경.




나루터.




이보게 달맞이꽃. 낮에 피어 있으면 어쩐당가?




이파리 다 떨어진 수레국화.


한 40분 돌아다니다보니 심심해졌다. 혼자서 풍경보러 올 곳은 아니었다.

곧바로 서울로 컴백해 자동차를 세차하고 다시 주차장에 처박아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