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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추천35

김범 장편소설 <공부해서 너 가져>(웅진지식하우스) 오래전에 작가의 첫 장편소설인 를 대단히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인 이 작품도 정독하려고 챙겨뒀었는데, 무려 8년 동안 까맣게 잊어버릴 줄은 몰랐다. 신간 구입을 멈추고 그동안 읽지 않은 구간을 뒤지다가 뒤늦게 이 작품을 발견했다. 이 작품도 만큼 술술 읽히는 유쾌한 문장이 인상적이다. 어린 시절에 미국에서 자라 영어만 잘하는 왕따 여고생, 머리가 좋아지는 침술을 자랑했으나 지금은 잘 훈련된 개들을 몰고 다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 교도관 출신 카페 주인 등. 작가는 여러 독특한 캐릭터를 내세워 무한 경쟁에 노출된 교육 현장의 실태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이렇게 빨리 페이지가 넘어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가독성이 좋고,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다. 작가의 나이가 적지 않은데도(1963년생.. 2022. 5. 8.
강화길 장편소설 <다른 사람>(한겨레출판) 그동안 신간을 제때 읽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사놓고 읽지 못한 작품이 많은데, 강박을 버리니 읽을 책이 많아졌다. 덤으로 신간을 사는 데 쓰는 돈도 굳었다. 이 작품도 사서 서재에 꽂아 놓은 지 4년이 넘은 작품인데 이제야 펼쳤다. 서재에서 이 작품과 유난히 자주 마주쳤는데 이상하게 손이 안 갔다. 지난해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인 을 읽고 실망한 터라 더 그랬다(특히 신형철 평론가의 추천사는 오버였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 서재에서 읽지 않은 구간을 뒤지다가 또 이 작품과 마주쳤다.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최근 한국 문학 신간을 읽는 일은 페미니즘 서사를 읽는 일이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만큼 여성 작가가 많고 그들이 내놓는 이야기도 많다. 이야기가 많은 만큼 식상하게 느껴졌던 이야기도 적지 .. 2022. 5. 5.
강희진 장편소설 <카니발>(나무옆의자) 12년 전 내가 기자 초년병 시절에 겪은 일이다. 당시 나는 주말판 레저 기사 취재 때문에 한 농촌 마을을 찾았다. 그때 그곳에서 나는 낯선 광경을 보고 놀랐다. 어린아이들이 공터에 모여 놀고 있었는데, 아이들 대부분이 혼혈이었다. 멀리서 누가 봐도 외모로 구분되는 혼혈 말이다. 그런 아이들이 여느 도시의 한국의 아이들처럼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떠들고 있었다. 농촌에 다문화 가정이 많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그 사실이 현실로 다가온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아이들이니 한국어로 떠드는 게 당연한데, 그땐 그 모습이 왜 그리도 낯설었는지 모르겠다. 마을 사람에게 물어보니 열의 일고여덟 가정이 다문화 가정이고, 학교에서 놀림이나 차별받는 아이들이 많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아이들은.. 2022.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