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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추천35

은모든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은행나무) 며칠 전 더 펼쳐보지 않을 게 확실한 한국문학 단행본을 정리하다가, 사놓고 읽지 않은 단행본을 몇 권 건졌다. 이 작품은 그때 뒤늦게 서재에서 바깥으로 나와 나를 만났다. 마침 안주 관련 산문집 출간을 준비 중이어서 이 작품의 제목에 혹했다. "진즉 읽을걸. 재미있네." 다 읽은 뒤 살짝 후회했다. 권여선 작가의 소설집 만큼 술을 부르되 그보다는 산뜻한 주류(酒類) 문학이었다. 오너 셰프를 꿈꾸며 푸드 트럭을 운영하다가 망하기 전에 정리한 주인공. 망원동 일대 술집 정보에 빠삭한 주인공의 대학 동기. 모종의 이유로 술을 입에 대지 않는 주인공의 사촌 언니.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진 매력적인 등장인물이 주종을 가리지 않고 홈쇼핑에 등장해 갈비를 뜯는 모델처럼 맛깔나게 마셔대니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침이 고.. 2022. 9. 23.
이인애 장편소설 <안녕하세요, 자영업자입니다>(문학동네) 이 작품은 8년 동안 다닌 대기업에서 권고사직을 당한 후 퇴직금으로 스터디 카페를 차린 자영업자가 보낸 1년 남짓의 시간을 따라간다. 철저한 준비 없이 뛰어든 자영업의 세계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목 좋은 곳에 자리를 얻어 개업하기만 하면 돈을 벌 줄 알았는데 오산이다. 자유업종, 비자유업종, 권리금, 관리비, 부가가치세, 관리비, 계약 전력량 등 체크해야 할 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부동산에서 매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덜컥 계약부터 했다가 낭패를 보고, 급하게 개업을 준비하다가 인테리어 업체로부터 제대로 눈탱이를 맞는다. 퇴직금으로 모자라 대출까지 받아 겨우 스터디 카페를 개업하지만,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예상치 못한 폭풍우가 밀려온다.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자 정부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고, 정부의 .. 2022. 9. 13.
박상영 연작소설 <믿음에 대하여>(문학동네) 이 작품에는 작가의 대표작인 처럼 네 편의 소설이 연작으로 실려 있다. 그중 두 편은 이미 문예지(악스트, 릿터)를 통해 읽은 터라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기분이 들었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은 30대 직장인이다. 성적 지향이 동성일 뿐, 누가 봐도 평범해 보이는 샐러리맨들이다. 20대를 다룬 , 10대를 다룬 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탄탄한 직장과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사랑의 방법이 과거와 비교해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 지점이 갈등의 시발점이다. 의식주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는 지위와 돈을 가지고 있어도 불안하다. 남들과 다른 성적 지향이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 의식주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는 물적 토대가 흔들리니 말이다. 몸은 함께 있지만 외부 조건 때문에 마음까지.. 2022. 9. 11.
이현석 장편소설 <덕다이브>(창비) 이 작품은 발리의 한인 서핑 캠프를 배경으로 병원 내 괴롭힘인 '태움'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섬세한 필치로 다룬 장편소설이다. 우선 '덕다이브'라는 단어가 낯설어 의미를 웹서핑으로 찾아봤다. '덕다이브'는 오리가 잠수하듯 수면 아래로 파고들어 타기 어려운 거대한 파도를 피하는 기술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작품을 읽다 보니 소설의 주제와 내용을 훌륭하게 압축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년 차 서프 강사인 태경과 캠프에 수강생으로 찾아온 인플루언서 민다를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태경은 과거에 한 건강검진센터에서 업무 보조 인력으로 일했고, 민다는 당시 태경과 함께 일했던 간호사였다. 실수가 잦았던 민다는 선배 간호사로부터 태움을 당했고, 태경을 포함한 다른 직원은 태움을 방관하거.. 2022.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