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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일상다반사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1. 6. 17.

- 별다를 것 없는 일상

 

 생각보다 조용하다.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 수상 소식이 매스컴을 탄 이후 주변이 시끄러워질까 정말 많은 걱정을 했다. 그런데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는 딱히 없다. 수상 소식과 인터뷰가 지면화 된 6월 7일 당일도 창간 21주년을 준비하느라 정신없었다. 나는 늘 그래왔듯 똑같이 일하고 있고 똑같이 편집하고 똑같이 취재하고 기사 쓰고 술을 먹고 있다. 정말 내가 수상자가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다행이다. 조용히 넘어갈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다행스럽고 복된 일이다.

 

 달라진 일상이 있다면…….

 

 평소와는 달리 지인들의 연락이 꽤 빈번해졌다.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축하 연락도 자주 온다. 모르는 단체에서 내 상금을 노리는 전화도 온다. 또 평소에도 술자리가 많았지만 지금은 매일 술자리다. 물론 내가 계산한다. 이미 내 월급을 한참 초과한 금액이 술값으로 사라졌다. 최근 한 달 동안 하루라도 술을 빼먹은 날이 있나? 아하! 가뭄에 콩 나듯 있구나~ 그리고 '정 기자'대신 '정 작가'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제발 그렇게 부르지 말았으면 좋겠다. "너 유명한 소설가 될래? 기자 계속 할래?"라고 누가 물으면 난 주저 없이 후자다.

 

 

 

 

 

- 책이 출간되면 과연 무슨 소리를 듣게 될까

 

 판타지를 모르는 작가가 쓴 판타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난 단 한 번도 '도화촌기행'을 판타지로 여긴 일이 없는데…….

'도화촌기행'은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과 아무런 상관없이 쓰인 소설이다. 이미 기사를 통해 알려진 바지만 나는 이 소설을 2009년 가을 무렵에 완성했다. 나는 그런 문학상이 있다는 사실도 지난 4월에서야 알았다. 그것도 접수 마지막 날인 4월 30일에서야……. 이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인가? 그날 문학상 원고 접수 기사를 우연처럼 읽은 나는 무언가 이끌리듯 원고를 인쇄해 조선일보로 보냈었다. 결과는 단 1%도 기대하지 않았었다.

 

 내가 읽은 판타지는 이우혁의 '퇴마록' 전 권,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 일부뿐이다. 무협지도 판타지라면 판타지인가? 무협지는 너무 많이 읽어서 셀 수 없으니 일단 패스! 반지의 제왕은 영화로만 봤다. 솔직히 나는 판타지가 뭔지 잘 모른다. 지금도 나는 내 소설이 장르소설로 분류돼 상을 먹었다는 사실이 무척 놀랍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김훈이 당대 최고의 문장가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나는 써야할 문장이 잘 생각나지 않으면 김훈의 책 아무거나 꺼내 아무 페이지나 읽는다. 그러면 그 안에 답이 있다.

 

 1인칭 시점에 사변적인 내용이 많아 자칫 종교적이나 철학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딱히 재미도 없는 소설이었기에 나는 완성 자체에 의미를 두고 2년간 잊고 살았었다. 차라리 재미라는 면에선 내 첫 번째 장편 '발렌타인데이'가 더 나았다. 출간이 되지 않은 소설이라 안타깝지만…….

 

 심사위원들은 내 소설 어느 곳에서 판타지를 보았던 걸까? 과연 독자들도 내 소설에서 판타지를 읽을 수 있을까? 내가 쓰고도 나만 모르고 있는 걸까? 출간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걱정 반 기대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