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 낮은 푹푹 쪘다.
날씨가 흐려 태양은 보이지 않는데 태양 복사열은 구름아래서 맹위를 떨쳤다.
정말 걷기 싫은 하루였지만 어쩌랴, 이미 발길을 들인 것을...
꽃이 미추는 그저 사람들의 기준일 뿐.
벌들 입장에선 꿀 많고 넉넉한 호박꽃이 최고다.
석류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한다.
아직 익지 않은 열매인데 들여다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파블로프의 실험실 개처럼 반사적인 현상이다.
소싯적 가지고 놀 거리가 없을 때 분꽃은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분꽃으로 즐겼던 소소한 놀이 중 하나는?
낚시 만들기다.
꽃과 그 아래 덜익은 씨앗과 함께 떼어낸 뒤
다시 조심스럽게 힘을 줘 꽃과 씨앗을 분리해낸다.
그러면?
완성!
나이먹고 이게 무슨 짓인지. 쩝!
아~ 덥다!
홈플러스에 들어가서 에어컨 바람 좀 쐬려다 그냥 다시 걸음을 옮겼다.
가로수로 식재된 소나무가 주사를 맞고 있었다.
기타 활엽수들과는 달리 유독 소나무만 길에서 병치레를 하고 있었다.
5달 여 마을 숲을 취재한 경험 상 아는 척을 하자면
소나무는 강하지만 약한 나무다.
이는 말장난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다.
소나무는 선구목, 아니 남 좋은 일만 시키는 나무다.
소나무는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편이라 과거 조림사업에 많이 쓰였다.
소나무가 척박한 땅을 살만한 땅을 바꿔놓으면
그자리에 참나무, 서어나무 같은 활엽수들이 뿌리를 내린다.
소나무는 뒤늦게 치고 들어온 활엽수들과 높이 경쟁을 벌이게 되는데
활엽수들의 빠른 생장속도를 소나무가 당해낼 재간이 없다.
결국 소나무는 결국 활엽수 그늘에 가려 죽고 만다.
이는 자연스러운 천이과정이다.
그중에서도 서어나무는 그 천이과정의 극한에 있다.
때문에 서어나무가 우점종을 이루는 활엽수림을 '극상림'이라고 부른다.
자연상태에서 소나무는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수종이다.
다만 한국인들의 유별난 소나무 사랑 덕분에 전국 곳곳에서 소나무가 흔한 것일뿐이다.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소나무 숲이 사람의 손길을 거친 인공림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 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민감한 나무를 저렇게 가로수로 심어놓으니 소나무가 견뎌낼 도리가 있나...
털별꽃아재비도 보이기 시작했다.
워낙 생명력이 강한 녀석이라 심지어 12월말에도 이 녀석이 피어있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중리사거리 가구점 앞에서 만난 '톰'
밤에 마주치면 좀 무서울 것 같다.
오정동 쪽을 걷다 증산도문화교육회관 안에 입점해 있는 세종문고에 들렀다.
그냥 내 책이 잘 팔리고 있나 싶어서.
어흥!
예전엔 대문마다 호랭이가 길손을 맞았는데
이젠 멸종했다.
자귀나무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달리기 시작했다.
콩깍지같은 열매가 자귀나무가 콩과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쥐똥나무 하얀 꽃 진 자리에도 열매가 달리기 시작했다.
곧 쥐똥 같이 새카만 열매가 가지에 주렁주렁 달리겠지.
내 머리 위의 KTX!
지금도 친구가 살고 있을까?
나와 초등학교, 중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의 집이다.
연락이 끊긴지는 10년도 훨씬 넘었지만 말이다.
문패엔 그 친구의 성과 같은 성을 가진 이름이 한자로 적혀있었다.
그 친구의 아버지 성함일까?
문을 두드려볼까 하다 말았다.
오정동 사거리 기아자동차 매장엔
무법자 포르테가 있다.
본래 중리사거리 기아 자동차 매장에 이 같은 모습이 연출돼 있었는데
그곳에서 이리로 옮겨온 모양이다.
오정동 농수산물시장 근처 식당앞에서 만난 호랑이와 겁 없는 두꺼비.
미국자리공 열매도 검게 익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환경 교란 유해 식물이다.
이 녀석이 자라는 자리엔 다른 식물들이 뿌리내리지 못한다.
열매와 잎에 독성이 있다. 무턱대고 쌈채소처럼 잎을 따다 먹으면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진다.
박주가리도 꽃이 피었다.
향기가 너무 강해 좀 꺼려지는 꽃이다.
아 길고 긴 한밭대교...
어라! 범부채 꽃이 피어 있었다!
벌써 졌어야 하는 꽃인데 피어 있어서 너무나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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