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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국토종주/무작정 자전거 국토종주(2016)

(2016.11.11) 무식해서 몸으로 알게 되는 것들(하남-여주)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6. 11. 11.

내 자전거 국토종주는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

어제 오전에 자전거와 액세서리를 구입했고, 오후에 바로 국토종주에 나섰으니 말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탄 것은 2011년이다.

5년 만에 자전거를 새로 구입해서 바로 긴 여행을 떠나다니, 제 정신이 아닌 놈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늘 남들이 볼 때 제 정신이 아닌 선택을.해왔으니 뭐... 종특이다.


그러니 적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에는 그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어제 묵은 모텔이다. 위치는 하남시청 부근이다.

어제 숙소를 찾느라 매우 고생을 했다.

처음 길을 나섰을 때,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잠시 길을 벗어나면 잠잘 곳이 어디에든 보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을 했다.

그런 막연한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엉덩이와 손바닥이 아프고 지칠대로 지쳤는데, 숙소를 찾는 데에만 1시간 이상 소모했다.

인증수첩을 구입했을 때 함께 딸려온 지도를 참고하는 게 좋다.

지도에는 숙박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는 지역이 표기돼 있기 때문이다. 





머물렀던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해장국집이 있었다.

아침 겸 점심으로 '진진24시해장국'에서 왕갈비탕을 먹었는데, 맛이 정말 좋았다

커다란 갈빗대가 2개 들어있는 데 뜯어먹을 고기도 많이 붙어 있어서 만족했다.





몸이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 여행을 떠난 대가는 혹독했다.

엉덩이는 앉아 있기 힘들 정도로 아팠고, 손바닥은 핸들을 잡자마자 저려왔다.

자동차도 장거리 주행을 할 때 정비를 받아야 하는데, 하물여 사람의 몸은 어떻겠는가.

내 아침의 몸은 도저히 자전거에 올라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궁여지책으로 해장국집에서 가까운 약국에 들러 진통제를 사먹었다.

진통제를 먹었다는 플라시보 효과 때문인지, 조금 덜 아픈 느낌이 들었다.





다시 종주를 시작해 팔당대교로 향했다.

페달을 저을 때마다 입에서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날씨가 쌀쌀하기 때문인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팔당대교를 벗어나니 남양주로 진입했다.





이 집이 맛집이란 소문을 들었는데, 이미 왕갈비탕을 먹어버리고 말았으니...

고민끝에 포기하고 떠났다.





계절이 계절이다보니 피어 있는 꽃이 그리 많지 않다.

그 중에 하나였던 벌개미취.





이 꽃은 무슨 꽃인지 잘 모르겠다.

처음 보는 꽃이다.

겨울이 가까운 가을에 이런 꽃이 피다니...

종주가 끝난 뒤 알아봐야 겠다.




모텔에서 나올 때 집어들고 온 캔커피.

목 마를 때 요긴했다.

모텔에서 캔커피 외에도 생수도 모두 챙겨 나왔다.




남양주와 양평 구간은 곳곳에 쉴 수 있는 시설이 잘 조성돼 있었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구간과는 달리 이 구간은 자연 경관을 더욱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봄이나 여름이었다면 더욱 보기 좋았을 풍경이다.





팔당댐.





남양주와 양평 구간은 폐선로와 터널을 활용한 구간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특히 터널을 지날 때 기분이 오묘하다.

한 때 열차가 빠른 속도로 지나갔을 구간을 자전거로 유유자적 지나가다니 말이다.







능내역 인증센터에서 수첩에 인증도장을 찍었다.

스탬프가 말라 있어 도장이 잘 찍히지 않았다.

이는 여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인증센터 관리가 소홀하게 이뤄지고 있는 느낌이다.






폐선과 더불어 사라진 간이역과 선로가 카페와 음식점으로 부활해 쓰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낭만적인 풍경이다.

 




북한강철교.





북한강철교 가운데에서 바라본 한강의 풍경.




북한강철교 옆으로 중앙선 국철이 지나가고 있었다.




북한강철교를 건너는 라이더 일행들.





북한강철교를 건너면 여기서부터 양평이다.






양수역에 들러 타이어에 바람을 조금 더 넣었다.






황량한 듯 아름다운 풍경이다.







처음으로 길위에서 탄금대를 가리키는 표지를 만났다.

속으면 안 된다. 여기에선 하루 종일 페달을 굴려도 탄금대에 도착하기 힘들다.





걱정했던 일이 하루만에 벌어졌다.

뒷바퀴가 펑크난 것이다.

처음에는 혼자 튜브를 갈을까 했는데, 태블릿으로 검색해보니 멀지 않은 곳에 자전거 전문점이 있었다.

길을 뒤돌아 그곳까지 자전거를 끌고 갔다.

여기에서 시간이 너무 지체되고 말았다.


내가 미니벨로를 구입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굳이 속도를 내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비상 시에 쉽게 옮길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자전거이길 원했기 때문이다.

이 것은 큰 실수였다.

미니벨로는 속도가 안 나도 너무 안 났다. 기어비가 작은 데다 바퀴도 작으니 말이다.

그리고 튜브가 가늘어서 펑크에도 매우 취약했다.  


주행을 해본 결과 국토종주에 가장 적합한 자전거는 역시 MTB이다.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곳도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자전거 전문점 사장님에 따르면 로드바이크도 미니벨로처럼 펑크에 취약하긴 마찬가지이다.

솔직히 이 미니벨로로 부산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힘겹게 도착한 양평군립미술관 인증센터.

갈 길이 바쁜데, 여기까지 오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해는 이미 저물고 있었다.





해가 저물기 전의 풍경도 나쁘지 않았다.





외발자전거로 도로를 달리는 용자도 있었다.





해 지는 풍경이 아름답긴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오면 정말 서둘러야 한다.

서울 구간은 야경이 볼만해 야간 라이딩이 즐겁지만, 외곽으로 나오면 그딴 것 없다.

외곽으로 나오면 드문드문 가로등이 설치된 어두컴컴한 구간을 홀로 달려야 한다.

하나도 즐겁지 않은 상황이다.

되도록이면 주간에 달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낮에는 그나마 풍경이라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덕 중의 덕은 양덕?




양덕리 부근인데, 종주 중 이렇게 긴 오르막길 구간은 처음이었다.

페달을 끌 엄두가 나지 않아 '끌바(자전거에서 내려와 끌고 가는 것을 가리키는 은어)'를 했는데 정말 오르막이 길었다.






내리막길이란 안내 표지 봤을 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산수유 열매가 익을 대로 익어 떨어지고 있었다.

하나 따서 먹어보니 시금털털했다.





양평에서 벗어나 여주로 진입했다.

사진 뒤쪽으로 이포보가 보인다.





해가 지고 있어서 어디까지 주행해야 하느라 고민했다.

이포보에서 가장 가까운 숙소는 20km를 더 떨어진 여주보와 강천보 사이에 있었다.

하남과 마찬가지로 여주에도 숙소는 여주시청 부근에 집중돼 있었다.

20km는 짧은 거리여서, 그 이후의 숙소는 어디에 위치해 있나 살펴보니 충주까지 가야했다.

충주까지 페달을 밟는 일을 바로 포기했다.

단체로 라이딩을 하는 게 아니라면, 야간 라이딩은 정말 비추이다.






교외의 야간 라이딩은 삭막하기 그지 없다.

게다가 고라니 울음소리까지 들려와서 식겁했다.

참고로 고라니 울음소리는 사람 비명을 닮았다.

주변에 아무런 민가의 불빛이 보이지 않는데 고라니 울음소리가 들리면 정말 섬칫하다.





여주보 도착!

여기에서 여주시청이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인증센터에 도착했으니 도장을 찍어야지.






여주시청 부근에는 먹을 곳도 많고 숙소도 많았다.

시청에서 가꾼 모텔에 숙소를 잡았는데, 어제와 마찬가지로 이곳의 주인장도 자전거를 숙소 안에 두는 것을 꺼리는 눈치였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라이더들이 방안에서 수건으로 자전거를 마구 닦는 터라, 수건에 기름때가 져서 엉망진창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기름 때가 진 수건은 빨아서 쓸 수도 없다고 한다.

방안에 자전거를 두려던 나는 그냥 주차장 거치대에 자전거를 묶어뒀다.

도로에서 '자라니(자전거 라이더와 고라니를 합친 은어)' 소리를 듣는 라이더들이 많은데, 이런 숙소 매너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나는 국토종주를 하면서 겸사겸사 다이어트도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물 외에는 아무런 먹을 것을 챙기지 않았다.

그것은 정말 큰 실수였다.

서울 구간에선 흔했던 편의점이 교외에선 드문드문 나타나므로 보급이 힘들기 때문이다.


나는 단 것을 즐기지 않는다.

심지어 오래전 훈련소에서도 내게 지급된 초코파이도 다른 놈들에게 다 뿌렸을 정도이다.

너무 힘이 드니 싫어하던 단 게 처음으로 땡겼다.

이건 몸이 원하는 것이었다.


숙소에 자리를 잡기 전에 편의점에 들러 초코바를 여러 개 구입했다.

이건 기호품이 아니라 비상식량이다.





단 술도 안 마시는데, 숙소에서 마실 술까지도 단 것들을 구입했다.


좋지 않은 몸상태와 펑크 등의 사태가 겹쳐 긴 거리를 이동하지 못했다.

내일에는 몸이 조금 나아지고,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