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국토종주를 마친 다음날 오전, 국토종주길의 기점이자 종점인 부산 낙동강문화관을 찾았다.
바로 국토종주 인증을 받기 위해!
건물 내부로 들어오면 안내데스크가 있다.
이 곳에서 국토종주 중 인증센터에 들러 수첩에 찍은 도장을 모두 확인받으면, 인증메달과 인증서를 수령할 수 있다.
인증메달과 인증서는 국가에서 무료로 제작해 집으로 배송해준다.
기간은 총 1~2달가량 소요된다고 한다.
우선 내 국토종주 수첩에 인증스티커가 먼저 붙었다.
내 인증번호의 뒷자리 5자리는 56495였다.
이는 내가 56495번째로 자전거 국토종주에 성공한 사람이란 의미이다.
나보다 앞서 이 대장정을 벌인 이들이 저렇게 많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인증수첩을 들고 기점에서 찰칵!
나도 이왕 부산에 내려왔고, 준면 씨도 나를 만나러 부산까지 내려온 터라, 부산에서 조금 놀다 가기로 결정했다.
해운대 해수욕장 부근 포장마차에서 준면 씨와 술을 마시며 자전거 국토종주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돌이켜보니 정말 무식한 여행이었다.
몇 년 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다가, 아무런 준비 없이 일주일 전 오전에 마트에 들러 자전거를 구입하고, 오후에 바로 길을 떠나, 일주일 동안 길에서 좌충우돌을 했으니 말이다.
여행을 통해 깨달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짧게 정리하려고 한다.
1. 자전거는 무조건 MTB를 타야 한다.
나는 자전거 국토종주를 위해 미니벨로를 구입했다,
이는 내가 얼마나 자전거와 자전거 국토종주에 무지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나는 국토종주 중에 미니벨로를 모는 라이더를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국토종주 구간에는 비포장도로를 비롯해 노면 상태가 고르지 못한 구간이 많다.
이런 구간은 로드사이클이나 미니벨로 같은 자전거로 주파하기 어렵다.
억지로 주파를 시도하다가는 타이어 펑크나 자전거 파손을 각오해야 한다.
또한 오르막길도 적지 않은데 바퀴와 기어비가 작은 미니벨로는 아무리 저단 기어를 넣어도 오르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끌바'로 시간을 보낸 구간이 적지 않다.
아마 내가 MTB로 출발했다면, 최소한 하루는 먼저 도착했을 것이다.
2. 항상 숙소를 염두에 두고 페달을 밟아라
인증센터 주변에 숙소나 식당 등의 인프라가 마련돼 있을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를 벗어나는 순간 숙소는 커녕 편의점 하나를 만나는 일도 어렵다.
힘들게 인증센터에 도착했는데, 주변에 아무 것도 없어서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무박이나 비박으로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면 항상 그날의 목적지는 숙박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잡아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숙소는 종주코스와 가까운 곳에 잡는 게 좋다.
가뜩이나 피로한데 숙소까지 코스에서 멀면 정말 지친다.
3. 야간 라이딩은 되도록 피하라
국토종주 코스에서 벌이는 야간 라이딩은 한강에서 화려한 조명을 바라보며 즐기는 야간 라이딩과 차원이 다르다.
낮에 아름답게 보였던 자연의 풍경은 밤이 되면 음산하게 변한다.
인적이 없고, 민가의 불빛도 없는 길 위를 전조등 하나에 의지해 달리는 일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아무 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바람 소리, 낙엽 떨어지는 소리, 새가 날아드는 소리가 갑자기 들리면 꽤 공포스럽다.
여기에 야행성인 고라니가 사람 비명소리를 닮은 울음소리를 내면 뭐....
나는 심지어 멧돼지까지 만났으니 말을 다했다.
되도록이면 늦잠을 자지 않고 일찍 일어나 출발하는 게 좋다.
4. 엉덩이와 무릎을 조심하라
라이딩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체력이 아니라 엉덩이이다.
오랜 시간 안장 위에 앉아 있다보면 엉덩이 부위의 고통이 심화되고 페달을 밟는 일도 어려워진다.
나는 길에서 국토종주를 시도하가다 엉덩이가 너무 아파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라이더를 목격하기도 했다.
반드시 젤 안장을 기존 안장 위에 장착해야 하고, 패드바지를 착용하는 게 좋다.
나는 국토종주 내내 편한 트레이닝 바지만 입고 달렸는데, 그 대가는 혹독했다.
페달을 오랜시간 밟다보면 무릎, 정확히 말하자면 슬개골 아래 부분이 아파온다.
이는 엉덩이보다 더 큰 문제였다.
엉덩이 부위의 통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적응됐지만, 무릎 부위의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무릎이 아프면 페달을 밟는 일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치명적이다.
오르막에서 절대 무리하면 안 된다. '끌바'를 부끄러워 하지 말아야 한다.
5. 현금을 넉넉하게 준비해라.
수도권을 벗어나면 가게 하나를 만나는 일도 쉽지 않다.
때문에 가게가 보이면 무조건 물이나 비상식량을 보급해야한다.
그렇지 않았다간 길에서 쫄쫄 굶으며 페달을 밟아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에선 카드를 내밀기 민망한 비주얼의 가게들이 많다.
카드기가 설치되지 않는 곳들도 부지기수이다.
1000원권을 많이 준비해놓는 게 좋다.
거스름돈조차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가게를 만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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