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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기사 및 현장/앨범 리뷰

이종민 [건강검진]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8. 3. 14.

원문 링크 : http://www.groovers.kr/column/LOTUSX0



앨범명

이종민 [건강검진]

평범함이 비범함으로 변신하는 순간은 짜릿하다.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는 본명을 예명으로 가리지도 않고, 그 이름을 당당히 첫 솔로 앨범의 타이틀로 내세웠던 이종민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갑남을녀’처럼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법한 이름이지만 장기하와 얼굴들, 서울리딤슈퍼클럽, 노선택과 소울소스, 킹스턴 루디스카 등 인디 신에서 속칭 ‘방귀 좀 뀌었던’ 밴드들의 뒤에는 그가 있었다. 록, 레게, 스카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했던 그가 솔로 뮤지션으로 잠시 외도하는 일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다만 그가 지난 2016년에 내놓았던 첫 솔로 앨범 [이종민]은 그간의 행보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결과물이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다채로운 음악을 담아낸 이 앨범은 이종민의 음악적 여정을 정리하는 의미를 넘어 ‘진짜’ 솔로 뮤지션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수작이었다.

 

첫 솔로 앨범 발표 후 장기하와 얼굴들, 노선택과 소울소스의 멤버라는 자리로 돌아갔던 이종민이 싱글 [건강검진]으로 돌아왔다. 곡을 듣기도 전에 제목 하나만으로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센스가 발군이다. 이종민은 수면 내시경 시술을 받는 순간에 수술대에서 느낀 감정이란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소재를 곡으로 풀어냈다. 수면 내시경이나 전신마취를 경험해 본 이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의식의 퓨즈가 끊어지기 직전까지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지 않던가. 이종민은 무그 베이스 위에서 반복되는 가사와 멜로디를 통해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만들어준다. 이런 소재로도 그럴싸한 음악을 만들 수 있다니. 유쾌한 반전이다. 함께 실린 리믹스 트랙 ‘Badboy Walkin’도 듣는 재미를 준다. 이 곡은 리믹스 작업이 얼마나 흥미로운지 보여주려는 듯 원곡을 철저하게 분해하고 재구성해 원곡의 흔적을 지운다. 사실상 새로운 곡이나 다름없다. 이종민이 두 번째 정규 앨범에선 어떤 음악을 선보일지 기대하게 만드는 트랙이다. (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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