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소설집을 읽고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는 울음을 겨우 참으며 정면을 응시하는 나이 든 남자였다.
이 소설집에 실린 소설 9편의 등장인물 대부분은 하루하루 근근이 먹고사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노동 문제, 세대 갈등, 가정 불화, 인종 차별 등 사회적 문제를 섬세하게 짚어낸다.
상당히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도, 소설 곳곳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절망적인 현실에 머무르는 대신 어떻게든 주변 사람들과 연대해 현실을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런 안간힘이 무위로 돌아갈 것이란 예감이 드는데도, 등장인물들을 향한 응원을 멈출 수가 없었다.
작가는 남루한 현실을 견디게 해주는 힘이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는 안간힘이 아니냐고 묻는다.
소설집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노인과 바다'의 명대사인 "인간은 파괴될 순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다"가 떠올랐다.
여운이 깊게 남는 좋은 소설집이었다.
p.s. 최근 들어 내가 읽은 책 중에서 인상 깊은 책에 관해선 꼭 흔적을 남기려 하고 있다.
작가 대부분이 그럴 테지만, 나 또한 에고서칭을 많이 한다.
지금까지 나는 내 소설의 독자들이 왜 서평을 잘 남기지 않는지 서운한 마음을 가져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서운한 마음을 가질 이유가 별로 없었다.
나도 서평을 잘 남기지 않는데, 남들이 서평을 남기길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 아닌가?
앞으로는 길든 짧든 읽은 책에 관해선 나부터 흔적을 계속 남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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