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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김성희, 전건우, 정명섭, 조영주, 차무진 앤쏠로지 '좀비썰록'(시공사)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0. 11. 27.


좀비물을 워낙 좋아해서 관련 드라마, 영화는 나오는 족족 챙겨 본다.
이 책도 진즉 읽어야 했는데, 새 장편 집필 때문에 건드리지를 못했다.
코로나 펜데믹이 내게 미친 몇 안 되는 긍정적인 점은 독서량을 늘렸다는 점이다.
밖으로 나가기 쉽지 않으니 신간 작업 외에는 할 일이 마땅치 않아서 말이다.

'정철의 관동별곡', '만복사 저포기', '사랑 손님과 어머니', '운수 좋은 날', '소나기' 등 고전을 좀비와 엮어 비틀어 풀어내는 작가들의 입담이 즐거웠다.
읽으면서 장면이 하나하나 눈 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그려져 오싹할 때가 많았다.
김치가 좀비 감염을 막는 특효약으로 등장하고, 좀비의 입장에서 좀비를 그려내기도 한다. '사랑 손님과 어머니'의 어머니는 영화 '레지던트 이블' 뺨치는 여전사로 변신하고, 채식주의자 좀비라는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진다. 
죽었다가 되살아난 '소나기'의 소녀와 소년의 사랑은 오싹하기보다 서글펐다.

소설 속 좀비는 언제 어떻게 전염을 일으킬지 알 수 없어 우리를 고립시키는 존재다.
좀비의 존재는 두렵지만, 그렇다고 일상을 포기할 수는 없다.
소설 속 좀비를 코로나19로 바꿔 읽어도 크게 무리가 없게 읽혔다.
코로나 펜데믹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면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아마도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