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독립 운동을 하다가 가세가 기운 집안이 현대사의 질곡을 거치며 어떻게 해체되는지 그 과정을 따라간다. 작가는 돈 없고 빽 없는 사람이 사회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소외되는지를 담담하게 그린다.
독특한 시점 활용이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은 '김만수'임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김만수가 발화자로 전면에 나서지는 않는다. 여러 인물의 입을 통해 김만수의 실체가 드러나는데, 그들 모두에게 서사가 있고, 그들 누구도 소설 속에서 소외되지 않는다.
이런 독특한 시점 활용은 소설과 주인공 사이에 자연스럽게 거리를 둬 신파로 흐르지 않게 연출한다. 그저 묵묵히 희생을 감내하는 주인공의 모습만 여러 인물의 입으로 들려줄 뿐이다. 주인공이 직접 울게 하지 않는 연출은 소설을 읽을 때 오히려 더 가슴을 저리게 했다.
지금까지 성석제 작가의 작품을 꽤 많이 읽은 편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뒤늦게 집필실 서재에 꽂혀있던 이 작품을 읽고 그 생각이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이 작품을 안 읽고 성석제를 읽었다고 생각해왔다는 게 조금 부끄러워졌다.
'독서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순례 장편소설 <낙타의 뿔>(은행나무) (0) | 2021.05.20 |
---|---|
무라타 사야카 <편의점인간>(살림) (0) | 2021.05.19 |
박상륭 장편소설 <죽음의 한 연구> (0) | 2021.05.17 |
장다혜 장편소설 <탄금>(북레시피) (0) | 2021.03.30 |
조예은 장편소설 <스노볼 드라이브>(민음사) (0) | 2021.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