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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이장욱 장편소설 <캐럴>(문학과지성사)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1. 9. 24.

 


2019년에 사는 잘 나가는 40대 성공한 사업가, 1999년에 사는 20대 복학생.
서로 다른 시공간에 사는 두 남자가 한 여자를 매개로 기묘한 만남을 가지는데, 그 여자는 40대 컨설턴트의 아내이자 20대 복학생의 전 여친이다.
어떻게 서로 다른 시공간에 사는 두 남자가 같은 여자와 연결돼 있는지 논리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여자야말로 이 작품에서 가장 설명이 되지 않는 존재이니까.
그냥 작품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는 게 편하다.

작품 속에선 두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가 반복해 교차한다.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셋을 포함한 몇몇 등장인물의 동선이 서로 이어지거나 어긋나면서 과거와 미래가 조금씩 포개진다.
이 과정에서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였던 두 남자의 삶이 연결돼 있음이 드러나고, 심지어 두 남자가 서로 다른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더 이상 언급하는 건 스포일러여서 생략한다.

읽는 내내 현실과 환상 사이의 그 어딘가에서 한참 동안 헤매는 기분을 느꼈다.
뚜렷한 서사를 선호하는 내게 이 작품은 미로 같았다.
그것도 꽤 복잡한 미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다르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글쎄...
거기까지 동의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