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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중쇄를 찍는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1. 10. 8.

 

오는 15일 장편소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2쇄를 찍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이 일을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모든 게 불리한 조건 속에서 출간된 작품이다.
독자가 한 줌에 불과한 한국문학 시장.
그 시장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남성 작가.
문단은커녕 어디에도 연결된 끈 하나 없는 아웃사이더.
신생 1인 출판사.
그런 조건에서 나온 작품이 출간한 지 3달이 안 됐는데 1쇄를 소화했다.
대형 문학출판사에서 나오는 소설도 주력 도서를 제외하면 1쇄를 소화하지 못하는 이 시장에서 말이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는 지금까지 내가 출간한 장편소설 중에서 자력으로 1쇄를 소화한 첫 작품이다.
<침묵주의보>는 문학나눔에 선정된 덕분에 출간 9달 만에 2쇄를 찍을 수 있었다. 후에 JTBC 드라마 <허쉬> 방영 이후 4쇄를 찍었지만, 어디까지나 드라마 덕분이었다.
<젠가>도 드라마 판권이 팔렸으니 나중에 몇 쇄를 더 찍기는 하겠지만, 출간한 지 10달이 된 지금도 1쇄를 다 팔지 못했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에 자신감이 있었다.
여기저기서 모욕적으로 출간을 거절당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 작품을 알아봐 줄 독자가 있을 거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출간을 결정한 무블출판사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이었고.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출판사와 나는 오래 공들여 정성스럽게 책을 만들었고, 출간한 뒤에는 여기저기 열심히 뛰었다.
덕분에 출간 당시보다 블로그나 SNS에 독자 반응이 더 많아진 것도 눈에 띈다.

아무리 몇몇 대형 문학출판사가 작가와 작품을 과점해 시장을 지배하는 불리한 상황이어도, 제대로 잘 만들면 비집고 들어갈 틈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 용기가 생겼다.
앞으로도 내 방식대로 잘 생존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