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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동네서점 영업일기 3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1. 10. 11.



1. 지난 여름, 나는 새로 출간한 장편소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을 들고 서울과 수도권 일대 문학 전문 동네서점을 찾았다.
내 어설픈 홍보와 영업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때를 기점으로 책이 도매로 꽤 나가고 있다는 말을 출판사로부터 들었다.
새 작품을 쓰기 위해 속초 소호259에 입주작가로 들어온 뒤, 가까운 곳에 있는 동네서점에도 들러야겠다고 다짐한 터였다.
속초에서 가장 유명한 동네서점은 동아서점, 문우당서림 두 곳이다.
그리고 두 곳 모두 전국적으로 이름이 많이 알려진 명소다.
나는 속초에 올 때 홍보용으로 챙겨온 책 두 권과 명함을 들고 서점으로 향했다.

 


2. 먼저 도착한 곳은 문우당서림이다.
38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점으로, 동네서점이라고 부르기에는 규모가 상당했다.
1층부터 2층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이 구비돼 있었다.
나는 신간 코너부터 살폈는데, 안타깝게도 내 책은 없었다.
하지만 한국문학 코너에서 지난해 출간한 <젠가>를 발견해 기분이 살짝 좋아졌다.
내가 동네서점을 돌아다닌 이래 내 책을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는 서점에 처음 들른 기념으로 박상영 작가의 첫 장편소설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산 뒤 책을 큐레이션 하는 분을 만났다.
내가 그분께 홍보용 책자와 명함을 건네자, 그분은 감사하게도 바로 책 주문을 넣으며 화답했다.

 


3. 동아서점은 문우당서림과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동아서점은 1956년에 문을 열어 올해로 65년째를 맞은 유서 깊은 서점이다.
서점의 첫인상은 오래된 곳이라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을 정도로 깔끔했고, 규모도 대형서점 못지않게 컸다.
아쉽게도 서점에는 내 책이 한 권도 없었다.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나온 소설만 모아 놓은 코너가 보여서 <젠가>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공교롭게도 그 책만 안 보여서 조금 민망했다.
나는 서점에 처음 들른 기념으로 김유태 시인의 첫 시집 <그 일 말고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를 산 뒤 책을 큐레이션하는 분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큐레이션을 하는 분은 서점의 3대 사장과 부인이셨다.
카운터에서 직접 손님을 맞이하고 있던 분이 사장이실 줄이야.
내가 사장께 홍보용 책자와 명함을 건네며 소설 홍보를 부탁했다. 
명함에 연락처가 있으니 궁금한 건 언제든 물어보셔도 된다는 당부와 함께.

 


4. 두 서점 모두 한국문학의 비중이 상당히 커서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두 서점에 구비된 한국문학 역시 서울과 수도권 일대 문학 전문 동네서점과 마찬가지로 대형 문학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대부분이었다.
두 서점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동네서점 역시 책을 고르는 기준은 출판사였다.
한 서점에선 앞으로 소설을 낼 때 큰 출판사에서 내야 동네서점 판매에도 훨씬 유리하다는 조언 아닌 조언도 들었다.
이번 동네서점 영업은 젊은 작가들이 왜 대형 문학출판사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지, 대형 문학출판사가 어떤 방식으로 헤게모니를 획득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