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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김유담 소설집 <돌보는 마음>(민음사)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2. 3. 31.

 

이 소설집은 남들을 돌보지만 정작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여성의 일상을 담은 단편 10편을 모았다.
베이비시터를 구하느라 애를 먹는 워킹맘, 가족에게 헌신했지만 누구의 돌봄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노인 등 다양한 연령대를 가진 여성의 시선을 통해 한쪽에 일방적으로 부과되는 돌봄 노동이 과연 옳은지를 묻는다.

작가는 어떤 맥락에서 돌봄 노동이 여성에게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지를 여러 사람의 시각으로 세밀하게 묘사한다.
아울러 작가는 같은 여성이어도 사안을 바라보는 온도 차가 세대별로 다르고, 사는 지역에 따라 들리는 목소리도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며 논의의 영역을 다각도로 넓힌다.
읽는 내내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마치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피가 튀고 살벌한 이야기가 아닌데도 긴장되고 답답했다.

말해 봐야 입 아픈 이야기이긴 한데,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삶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성의 일상과 심리를 엿보는데, 동시대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만큼 훌륭한 수단이 드물 것이다.
그런 작품을 읽을 때마다 자주 놀라곤 한다.
남성인 나는 살면서 경험할 일이 없고 느끼지도 못하는 상황을 겪는 여성이 많다는 사실이 말이다.
과장이 없는 담담한 이야기여서 더 생생하게 다가왔던 단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