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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조영주·김의경·이진·주원규·정명섭 <코스트 베니핏>(해냄)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2. 4. 2.


다섯 작가가 가성비를 주제로 쓴 단편소설을 모은 앤솔로지다.
종종 앤솔로지를 읽으며 이것이야말로 가성비를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소설은 시와 비교하면 발표할 지면이 턱없이 적다(평론은 그보다 더 적지만 아무튼).
청탁만 기다리다가는 세월이 훌쩍 흐르고 개점 휴업 상태가 된다.
출판사 또한 소설집은 장사가 안되니 출간이 부담스럽다.

내가 보기에 앤솔로지는 작가와 출판사 모두에게 이득이다. 
작가는 청탁을 기다리지 않아도 작품을 발표할 지면이 생기고, 출판사는 아이템만 잘 잡으면 손해 보지 않는 장사를 하니 말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앤솔로지 출간이 많이 늘어난 이유일 테다.
그런 변화 속에서 가성비를 주제로 다룬 앤솔로지라니.
흥미로웠다.

시간을 들여 관계를 쌓는 과정을 생략하고 돈으로 산 우정, 협찬을 받아 무료로 떠난 해외여행의 실상, 파이어족을 꿈꾸며 가상화폐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고등학생, 더 좋은 신혼집을 못 구하자 원하는 가전을 구입해 대리만족하려는 예비 신부, 탈출 로켓을 두고 서로 자신의 죄가 가볍다며 싸우는 조난자들.
모두 어딘가에서 벌어질 법한 이야기여서 씁쓸하면서도 썸뜩했다.
접근 방법은 서로 조금씩 다르지만, 다섯 작품 모두 우리의 삶을 가성비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는 점은 같다.

아쉬움이 없진 않다.
앤솔로지를 읽을 때마다 드는 아쉬움이 있는데, 그중 가장 큰 아쉬움은 작품의 질이 고르지가 않다는 점이다.
아쉽지만 이 앤솔로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떤 작품을 읽을 땐 작가가 정말 공을 많이 들인 게 보여 감탄했는데, 어떤 작품을 읽을 땐 작가가 지나치게 힘을 빼고 가볍게 쓴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가성비만큼 중요한 게 균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