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작가는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 중에서 가장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작가다.
그런 문장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세상에서 어떻게든 무언가를 구해내려고 노력하고, 그 노력으로 희망을 일궈내는 서사와 결합하니 더 빛을 발한다.
연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진흙탕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꽃과 잎에 흙탕물을 묻히지 않기 때문이니까.
반대도 그 점이 조금 아쉬웠다.
이번 작품은 작가의 전작들과 비교해 서사보다 문장에 더 공을 많이 들인 인상을 준다.
문장이 좋긴 한데, 전작들보다 잘 읽히진 않았다.
전반적으로 전작들보다 서사가 난해했다.
읽는 도중에 흐름이 끊겨 앞 페이지로 돌아가 무슨 내용인지 다시 확인하는 일도 잦았고.
내겐 그런 문장이 양날의 검처럼 느껴졌다.
그런데도 천 작가가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는 데엔 읽는 동안 문장이 주는 감흥과 따스한 분위기 때문일 테다.
거기에서 위로받는 독자도 많고.
여기에 우다영 작가의 작품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가 더해지면 정말 대단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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