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그룹사운드(당시 활동했던 밴드에는 이 표현이 찰떡이다) 송골매가 38년 만에 재결합 콘서트를 연다는 소식으로 시작한다.
도입부만으로도 소설이 어떻게 흘러갈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송골매를 좋아했던 옛친구들이 콘서트라는 매개를 통해 오랜만에 모여 우정을 확인하는 이야기 아니겠는가.
예상대로 이 작품은 80년대 여고 시절을 보내며 깊은 우정을 쌓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흩어진 네 친구가 콘서트에 모이는 과정을 그린다.
예상할 수 있다고 해서 읽는 즐거움이 줄어들진 않는다.
오히려 이런 소설은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야 공감할 부분도 많다.
원래 친구끼리 모이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옛날이야기 아닌가. 나는 비록 송골매 세대는 아니지만, 한때 한국 록 계보를 집요하게 따라 들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읽는 즐거움이 더 컸다.
페이지 곳곳에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두 다 사랑하리', '새가 되어 날으리' 등 송골매 대표곡의 가사가 자연스럽게 실려 있어 BGM이 없어도 BGM을 듣는 기분을 느꼈다.
무언가에 깊이 열광했던 경험을 해봤다면 남 일 같이 느껴지지 않을 작품이다.
애틋하면서도 귀여운 장편소설이다.
'의리'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는 남성적인데, 과연 그 단어가 남성적인 단어인지 의문이다.
근 10년 전, 내가 음악기자로 활동하던 시절에 놀랐던 현상 중 하나는 여성 팬의 '최애'를 향한 의리였다.
여성 팬은 대체로 자신의 '최애'를 향한 애정이 매우 깊고, 그 애정을 쉽게 거두지도 않는다.
새로운 걸그룹이 나오면 쉽게 눈을 돌리는 남성 팬과 비교해 애정의 깊이가 다르다.
역대 대한민국 가수 앨범 총판 기록(써클차트 2023년 1월 기준)만 살펴봐도 누구의 의리가 더 강한지 확인할 수 있다.
톱10에 여성 가수는 하나도 없고, 톱30까지 넓혀도 블랙핑크와 에스파 단 둘뿐이다.
여성 팬은 이렇게 오래 '최애'를 기억하며 소설까지 남긴다.
"남자는 으리!"는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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