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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정민 장편소설 『아바나 리브레』(리브레)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4. 9. 8.



일단 배경과 설정만으로도 먹고 들어가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배경은 한국과 정식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나라였던(참고로 올해 2월에 수교했다) 쿠바다.
북한과 오랜 세월 우호 관계를 맺어왔고, 외교적으로 책임질 일이 없는 사회주의 국가. 
그곳에 북한 최고 존엄의 불알친구가 있다.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국정원 요원이 최고 존엄의 불알 친구을 대상으로 한 비밀공작을 진행하겠다는 핑계로 쿠바로 건너가 놀고먹으려고 한다. 
무려 1년 동안이나.
작전명은 칵테일 이름과 비슷한 '아바나 리브레'.
끌리지 않는가?

한국 소설의 배경이 대부분 한국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이 작품의 배경은 그냥 외국이 아니라 한국인에게 대단히 낯선 쿠바다.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긴다.
맡아보지도 못한 시가 향기와 아바나의 열기가 뒤섞여 느껴진다.
쿠바 현지 문화와 생활상 묘사가 정말 실감 난다.
그리고 대단히 관능적이다.
구체적으로 야한 장면을 묘사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국정원 요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첩보물 성격을 가진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다.
하지만 주인공이 꽤 날티가 나는 캐릭터여서 이야기가 결코 무겁게 흘러가진 않는다.
오히려 유쾌하다.
오는 여자를 마다하지 않는 요원이 주인공인데 이야기가 심각하게 흘러갈 리가 있나. 
근래에 읽은 첩보물로 김경욱 작가의 장편소설 『나라가 당신 것이니』가 있는데, 미안하지만 그 작품보다 훨씬 재미있고 디테일도 살아있다.
분량이 상당한 장편소설인데, 그 분량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독성이 훌륭하다.
반전도 유쾌한데, 끝까지 그 반전을 눈치채지 못해서 책을 덮을 때 더 유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