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에 읽었던 작가의 장편소설 『단순한 진심』은 지금도 내게 감동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대한민국 사회의 소외된 곳과 그곳에 속한 사람들을 그저 작품 소재로 다루지 않는 사려 깊은 마음이 느껴졌고, 인간을 향한 신뢰와 희망을 잃지 않는 작가의 시선이 따뜻해서 좋았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선 시선을 대한민국 바깥으로 넓힌다.
지금도 분쟁이 끊이지 않는 시리아,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으로.
그리고 이들 국가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향하는 영국으로.
소설로 다루는 공간이 광범위해진 만큼 등장인물들의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스케일도 커졌다.
같은 반 아이가 굶을까 봐 돈이 될 것으로 보이는 카메라를 집에서 몰래 가져와 건네는 아이의 간절한 마음이 시작이다.
그 마음이 카메라를 들고 전장을 오가며 끔찍한 현장을 기록해 전달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그 행동으로 맺은 인연은 전장에서 목숨을 위협받는 이들의 생명을 구하며, 그렇게 구원을 받은 이들은 절망에 빠진 또 다른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나비효과.
이들의 마음은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연결돼 새로운 삶을 이어갈 힘을 주는 빛으로, 그리고 멜로디로 공명한다.
작품 속 등장인물 모두 국가, 사회, 가족 등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버려진 채 절망한 경험이 있지만, 이 그 어떤 보답을 바라지 않고 선의를 보여주고 연대한다.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진심』 속 등장인물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국적과 문화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감동을 자아낸다.
동시에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평화로운 일상은 언제든지 깨질 수 있으며, 삶과 죽음의 차이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는 점도 경고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분쟁을 소설과 엮어서 설득력 있게.
작품을 읽다 보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억만금을 들여도 꺼진 생명을 되살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사람 살리는 일보다 중한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 당연한 이치를 소설로 다시 한번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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