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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남무성 음악 만화 산문집 『스윙라이프』(부커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5. 4. 29.

 



작가의 전작인 『Paint It Rock』, 『Jazz It Up!』처럼 방대한 음악 지식과 뒷이야기를 흥미로우면서도 어렵지 않게 풀어낸다.

다루는 내용이 재즈처럼 즉흥적인 부분이 많다.
일반적인 칼럼처럼 글로 썰을 풀다가, 느닷없이 만화가 글을 대신한다.
때로는 "이런 것까지 굳이?" 싶을 정도로 깊이를 보여줄 때도 있다.
재즈와 추상화를 비교하며 긴장과 이완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관측하는 순간 변화한다"는 양자물리학을 호출해 재즈 역시 감상하는 순간 바뀐다고 썰을 푼다.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위에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이 겹치고, 죽음을 이야기하며 모차르트와 가브리엘 포레의 「레퀴엠」을 언급하다가 자연스럽게 루이 암스트롱의 레퀴엠 「St. James Infirmary」, 찰스 밍거스의 「Goodbye Pork Pie Hat」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짙은 재즈와 어울리는 술로 위스키 '아드벡'을 추천할 땐 순간 피트 향이 확 느껴져서 흠칫했다.

작가 개인사를 재즈와 엮어 풀어내는 부분이 좋았다.
자기를 양평까지 데려다준 대리기사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며 팻 매스니와 찰리 헤이든의 연주를 떠올리고, 고우영 화백의 『삼국지』에서도 재즈를 읽는다.
몰래 다량의 LP를 훔쳐 간 후배를 다룬 이야기에선 키득키득 웃음이 자동으로 새어 나왔다. 작가에게 못된 짓을 하면 이렇게 작품으로 박제된다.
음악 기자들(이니셜로 언급했지만 누구인지 다 알겠더라)을 디스하는 이야기도.
작가가 운영했던 재즈바 '가우초'(나도 한 번 가본 곳이다)에 얽힌 이야기도.

문장이나 단어가 낯설고 어려워진다 싶어질 때 어떻게든 쉽게 풀어내려는 태도가 엿보여서 좋았다.
괜히 있어 보이고 싶을 때 종종 쓰는 인용도 거의 보이지 않아 읽기 편했다.
나처럼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니, 아는 사람이 읽으면 더 재미있을 테다.

P.S. 『호밀밭의 파수꾼』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긴 해도 노벨문학상 수상작은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