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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김금희 장편소설 『첫 여름, 완주』(무제)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5. 4. 30.

 



출판사 무제를 운영하는 박정민 배우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으로 선공개된 작품이다.
오디오북 녹음에 준면 씨를 비롯해 고민시, 염정아, 최양락, 김도훈, 김의성, 배성우, 류현경 등 여러 배우가 재능 기부로 참여했다.
준면 씨 덕분에 이 작품을 출간 전에 읽고 들을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친한 언니에게 사기를 당한 주인공이 돈을 찾으려고 언니의 고향에 들렀다가 벌어지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그린다.
로그라인만 보면 복장 터지는 이야기일 것 같은데 의외로 싱그럽고 상큼하다.
문장 곳곳에서 계절감이 느껴지고, 주인공의 일상이 눈앞에 수채화처럼 그려진다.
비 온 뒤 아침 공기 같은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뻔한 치유물인데, 그 특유의 계절감이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만들어 준다.
다루는 계절과 이야기는 다르지만,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감상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비 오는 여름날, 카페에 앉아 페이지를 넘기면 잘 어울릴 매력적인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오디오북은 보통 도서 출간 후에 제작되는데, 이 작품은 처음부터 오디오북으로 제작을 염두에 둔 장편소설이다.
비디오 테이프나 DVD 콘셉트로 만든 표지와 케이스에도 '듣는 소설'이라는 이 작품의 성격이 드러난다.
텍스트 역시 소설과 각본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
배우들의 캐릭터 연기 역시 생생하다.
그래서 단순히 성우가 텍스트를 읽는 다른 오디오북과 달리 오리지널 라디오 드라마를 듣는 기분이 들었다.
능청스러운 준면 씨의 연기도 일품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