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제작에서 소설집의 제목을 따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집은 따로 지은 제목을 달고 있어서 신선했다.
『조금 망한 사랑』보다는 『조금 망한 인생』이라는 제목이 더 낫지 않았을까.
뒤늦게 다시 펼쳐 끝까지 읽고 난 뒤 떠오른 생각이다.
하지만 『조금 망한 인생』이었다면 이 소설집의 인상이 꽤 달라졌겠지.
그래. 『조금 망한 사랑』이 낫겠다.
수록작 중 「반려빚」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 소설집 속 등장인물은 대체로 돈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놓여 있다.
산재에 교통사고에 전세사기에 자연재해까지...
그중에서도 「반려빚」이 가장 노골적이다.
가깝고 친밀한 사이에서 벌어지는 금전 문제와 여기에 얽히고설킨 감정 문제를 엮어서 풀어내는 방식이 능청스럽다.
제목부터 '반려'에 '빚'을 더한 조어다.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 뿜어내는 힘이 대단하다.
사실 나는 이 소설집을 다 읽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 꽤 오래 처박아뒀었다.
두 번째 수록작인 「경기 지역 밖에서 사망」을 읽고, 젠더 문제에 관해 편파적이며 불공정한 시각을 가진 소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냥 통계로 의견을 말하겠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자살대국이다.
'2023년 성별&연령대별 자살현황'을 살펴보면 남성 자살자가 여성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20대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남성은 26.4명, 여성은 17.6명이다.
30대의 경우 남성은 33.7명, 여성은 18.6명으로 남성이 거의 2배다.
20~30대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 이상 연령대로 가면 비교 불가다.
젠더 문제 해결은 각 성별이 겪는 어려움을 균형잡힌 시각에서 진지하게 고민할 때 비로소 돌파구가 마련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각에서 벗어나면 어떤 명분을 들이대도 그저 개싸움으로 끝날 뿐이다.
이번 대선에서 이준석 후보를 가장 많이 지지한 유권자가 왜 20대 남성이었는지 곱씹어 봐야 할 터다.
인정하고 싶든, 싶지 않든 간에 그들이 미래의 대한민국 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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