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 해결이 마음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방화를 저지르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형사라니.
마치 지리산 중턱에 광어회 맛집이 존재한다는 설정처럼 신선하고 흥미롭다.
'셜록 함즈'라는 거창한 별명이 무색하게, 스스로의 무의식과 죄책감마저 의심해야 하는 주인공의 역설적인 상황이 극의 긴장감을 바짝 조여온다.
여기에 경기도 평택시라는 일상적인 공간과 촉법소년, 층간소음 갈등, 청소년 마약 문제, 전세 사기 등 우리가 뉴스로 자주 접하는 분통 터지는 사회적 이슈가 결합해 현장감을 더한다.
뉴스 헤드라인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한 이 지극히 현실적인 범죄들은 소설의 몰입감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실체를 종잡을 수 없는 주인공이 끼어드니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칠 수가 없다.
마치 틀린 수학 문제를 다시 풀 때처럼 문제와 답안지를 오가듯, 페이지 앞뒤를 오가며 "아~ 이래서 이랬구나~"라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주인공의 트라우마와 방화 충동이 시작된 지역이 내 고향인 대전이어서 더 실감이 났다. 1993년 대전 엑스포 현장에 관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니 말이다.
소설 속 가상의 사건과 나의 어린 시절 기억이 포개어지는 순간, 책 속의 이야기는 마치 내 곁의 일처럼 한층 더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이 작품은 흥미진진한 범죄 수사를 다룬 추리극이지만, 본질적으로는 한 인간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누구나 마주하기 두려워서 외면하거나 도망치고 싶은 진실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산다.
우리는 때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과거의 기억을 왜곡하거나 감추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긴 세월 동안 자신을 가두는 마음의 감옥이 되기도 한다.
주인공은 자신조차도 믿을 수 없는 왜곡된 기억에서 비롯된 트라우마로 깊이 고통받고 있지만, 결국 그 기억 속의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함으로써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첫걸음을 뗀다.
그리고 그 고통스러운 걸음을 마침내 떼게 도와주는 건, 결국 곁에 있는 사람들의 존재다.
장르적 재미를 넘어, 따뜻한 여운이 감도는 작품이다.
"차카게 살자"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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