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후기

장강명 장편소설 『서성이다』(현대문학)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6. 8. 10.

 



책을 펼친 자리에서 한 순간도 떠나지 못했다. 
작가 특유의 냉철한 가독성과 속도감은 여전한데, 그 위에 아픈 감정이 차곡차곡 쌓이니 마지막에 터져 나오는 폭발력이 어마어마하다. 
서사를 끌어가는 문체는 서늘한데, 그 깊은 밑바닥에 흐르는 진심은 뜨겁다.
주인공의 진심이 드러날 때마다 서서히 가슴을 옥죄어왔고, 마지막에는 마음이 너무 아파서 숨이 가빠질 정도였다.
작가 개인의 서사를 아는 독자라면 더더욱 심장박동이 격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올해 많은 책을 읽진 못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울렁거리게 한 책이었다.
타인의 문장을 통해 나의 가장 은밀하고 취약한 감정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은 언제나 당혹스러우면서도 묵직한 충격을 준다.
언젠가 아내는 내가 착한 사람은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그 지적이 날카로워 뜨끔했다.
그 때문에 내가 아내를 정말 사랑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시찬'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내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게 됐다.
허구의 이야기 속에 짙게 배어 있는 현실의 아픔과 진심이 책장을 덮은 뒤에도 오랫동안 그 소설의 세계 주변을 서성이게 만든다.
사랑과 삶 앞에선 때로는 비겁해지고 때로는 솔직해진다.
'착한 사람'이라는 정형화된 틀에 나 자신을 맞추려 애쓰는 대신, 누군가를 온전히 바라보고 아끼는 마음의 깊이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내 말대로 나는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착하다는 말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말이 같은 말은 아님을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완전하고 흠 없는 완벽한 사람만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가슴 먹먹한 위로로 다가왔다.

삶이 가끔 잔인한 질문을 던질 때, 우리는 결국 사랑이라는 단 하나의 대답을 꼭 쥐고 견뎌내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부디 그믐의 김새섬 대표님에게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