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후기348

강헌 평전 <신해철>(돌베개) 소싯적에 열광적으로 마왕을 좋아했기 때문에 나는 그에 관해 많이 안다고 자부해왔다. 이 책을 읽어보니 내가 마왕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건 맞는데, 오해하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만난 마왕은 내 생각보다 훨씬 섬세하고 겸손하며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마왕이 밴드라는 포맷에 엄청나게 집착했다는 사실에 관해 처음 알게 됐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사실 나는 마왕이 굳이 밴드를 안 해도 되는데, 보여주기 위해 밴드라는 포맷을 자신의 도구로 이용하지 않았나 조금 의심했었다. 반성한다. 그는 진짜 밴드를 하고 싶어 했다. 다만 리더로는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던 듯하다. 저자의 지나치게 사적인 서술은 이 책이 마왕의 평전인지 일기인지 분간하지 못하게 만들지만, 그래서 더 좋은 점도 있었다. 특.. 2024. 4. 5.
장강명 산문 <미세 좌절의 시대>(문학동네) 꽤 많은 글이 구면이어서 반가웠다. 가장 공감하며 읽은 글은 '제정신으로 살기 위하여', '불편함이 도덕의 근거가 될 때', '나는 왜 보수주의자인가', '대한민국 주류 교체와 두 파산', '저출생 대책을 넘어서' 등이었다. 작가는 편을 가르는 선동만 넘쳐나는 현상에 관해 우려하고, 우리 사회에 도덕적 감수성이나 공감 능력보다 합리적 이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반대 진영을 제거 대상으로 보는 극단적인 시각을 경계한다. 보수를 현실주의라고 보는 작가의 시각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읽고 "맞아 맞아!"라며 동의하는 독자도 많고, 불편함을 느낄 독자도 많을 것이다. 특히 후자는 뭔가 반박하고 싶긴 한데, 논리적으로 반박할 게 마땅치 않아서 식식대지 않을까 싶다. 상식적인 시각으로 상식적인 논리를 담.. 2024. 4. 5.
최하나 장편소설 <반짝반짝 샛별야학>(나무옆의자) 인생의 황혼에 들어선 뒤에야 다시 공부를 시작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나는 배우고 싶었는데도 배우지 못한 사람의 한스러운 마음을 조금은 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랬으니까. 어머니는 생전에 내게 자주 국민학교 밖에 나오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어머니가 만약 살아계셨다면 올해 66살(한국 나이)이었을 텐데, 공교롭게도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할머니들의 나이와 비슷하다. 할머니들을 어머니라고 생각하면서 소설을 읽으니 몰입감이 높았다. 뒤늦게 배움의 길에 들어선 할머니들이 등장하는 소설이라면 뭔가 감동적이고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나는 이 작품이 마냥 감동적이거나 따뜻한 작품이 아니라서 좋았다. 소설 속에 펼쳐지는 갈등이 날것의 느낌을 줘서 실감 났다. 연장자의.. 2024. 4. 5.
김혜자 산문집 <생에 감사해>(수오서재) 나는 평소에 관심이 있었어도 남들이 관심을 가지면 바로 흥미를 잃어버리는 청개구리다. 일례로 나는 2010년대 중반부터 마라샹궈를 직접 요리해 먹을 정도로 마라를 즐겼는데, 몇 년 사이에 마라 열풍이 불면서 흥미를 잃었다. 책도 마찬가지여서 베스트셀러는 어지간해선 구입하지 않고, 구입하더라도 잘 읽지 않는다. 정지아 작가의 장편소설 , 최은영 작가의 소설집 , 김연수 작가의 소설집 등이 사놓고도 읽지 않은 대표작이다. 이런 심보로 정세랑 작가의 장편소설 를 뒤늦게 읽었다가 크게 후회했었지. 아무튼 심술 맞은 내게 지난해 베스트셀러로 큰 화제를 모았던 이 산문집이 손에 잡힐 리가 없었다. 지난해 내내 서재에 방치돼 있었다. 지난해 가족이 세상을 떠나고, 장례식장에 들를 일이 많아서였을까. 최근에 이상하게 .. 2024.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