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추천72 정한아 장편소설 <친밀한 이방인>(문학동네) 우리의 삶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종의 연극과 비슷하지 않을까. 5년 동안 서재에 묵혀 구간이 된 이 작품을 읽고 든 생각이었다. 평생 신분을 속이며 살아온 여자 '이유미'의 행적을 추적하는 주인공의 여정이 작품의 큰 줄기다. 주인공은 결혼 후 출산해 몇 년째 소설을 쓰지 못하는 소설가인데, 우연히 이유미가 자신의 미발표작으로 소설가 행세를 하고 다녔음을 알게 된다. 추적 끝에 드러나는 이유미의 인생사는 기가 막히다. 가짜 대학생이었다가 피아노 학원 강사였고, 대학에서 평생교육원 강사로 일하다가 교수로 임용됐으며, 요양병원 의사 행세도 했었다. 이유미는 결혼도 세 차례 했는데 심지어 이름을 바꾸고 남성 행세를 하며 여자와 산 일도 있었다. 인정 욕구와 그 욕구를 받쳐주지 못하는 가정사가 빚어낸 무리한.. 2022. 5. 20. 김범 장편소설 <공부해서 너 가져>(웅진지식하우스) 오래전에 작가의 첫 장편소설인 를 대단히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인 이 작품도 정독하려고 챙겨뒀었는데, 무려 8년 동안 까맣게 잊어버릴 줄은 몰랐다. 신간 구입을 멈추고 그동안 읽지 않은 구간을 뒤지다가 뒤늦게 이 작품을 발견했다. 이 작품도 만큼 술술 읽히는 유쾌한 문장이 인상적이다. 어린 시절에 미국에서 자라 영어만 잘하는 왕따 여고생, 머리가 좋아지는 침술을 자랑했으나 지금은 잘 훈련된 개들을 몰고 다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 교도관 출신 카페 주인 등. 작가는 여러 독특한 캐릭터를 내세워 무한 경쟁에 노출된 교육 현장의 실태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이렇게 빨리 페이지가 넘어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가독성이 좋고,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다. 작가의 나이가 적지 않은데도(1963년생.. 2022. 5. 8. 황여정 장편소설 <알제리의 유령들>(문학동네) 권위주의 시대에 가벼운 유희가 불러온 심각한 나비효과에 휘말린 등장인물들. 그들의 행보를 따라가는 과정이 마치 퍼즐을 맞추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짐작하기 어렵게 하는 정교한 구성이 돋보였다. 최근에 읽은 장편소설 중에서 가장 치밀했다. 날이 선 문장이 아닌데도 책을 덮을 때까지 일정한 강도의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작가의 데뷔작이지만, 작가가 이 작품을 쓰기 전에 훨씬 많은 장편을 썼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사실 나는 이 작품을 몇 년 전에 샀지만 일부러 피해왔다. 이 작품은 제23회 문학동네소설상 본심에 내 장편소설 (공모 당시 제목은 )와 함께 올랐었다. 데뷔 후 7년 동안 신작을 내지 못했고, 단 한 번도 작품 청탁을 받지 못했던 나는.. 2022. 5. 7. 강화길 장편소설 <다른 사람>(한겨레출판) 그동안 신간을 제때 읽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사놓고 읽지 못한 작품이 많은데, 강박을 버리니 읽을 책이 많아졌다. 덤으로 신간을 사는 데 쓰는 돈도 굳었다. 이 작품도 사서 서재에 꽂아 놓은 지 4년이 넘은 작품인데 이제야 펼쳤다. 서재에서 이 작품과 유난히 자주 마주쳤는데 이상하게 손이 안 갔다. 지난해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인 을 읽고 실망한 터라 더 그랬다(특히 신형철 평론가의 추천사는 오버였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 서재에서 읽지 않은 구간을 뒤지다가 또 이 작품과 마주쳤다.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최근 한국 문학 신간을 읽는 일은 페미니즘 서사를 읽는 일이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만큼 여성 작가가 많고 그들이 내놓는 이야기도 많다. 이야기가 많은 만큼 식상하게 느껴졌던 이야기도 적지 .. 2022. 5. 5. 이전 1 ··· 5 6 7 8 9 10 11 ···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