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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설66

손홍규 장편소설 <예언자와 보낸 마지막 하루>(문학사상) 목차부터 의미심장하다. 1895년 4월 24일. 1956년 7월 19일. 2009년 5월 23일. 2014년 4월 16일. 작품을 읽다 보면 첫 번째 날짜는 전봉준의 처형일자, 두 번째 날짜는 박헌영의 처형일자임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세 번째 날짜와 네 번째 날짜는 굳이 작품을 읽지 않아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날임을 짐작할 수 있을 테다. 이 작품은 서로 무관해 보이는 사건들을 소설적 상상력으로 엮어냈다 작가는 방대하고도 치밀한 자료 조사 위에 자신만의 통찰을 더해 사건 속 죽음의 의미를 살핀다. 이 작품에서 네 죽음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실패'다 전봉준은 동학농민운동에 실패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박헌영은 북한에서 사회주의혁명에 실패해 숙청됐다. .. 2021. 9. 23.
윤고은 장편소설 <도서관 런웨이>(현대문학) 제목만 보면 SNS 셀럽이나 모델을 다룬 이야기인가 싶다. 처음 부분은 그렇게 오해할 만하다. 그런데 페이지를 더 넘기면 갑작스러운 실종 사건에 보험 이야기가 뒤섞인 제목과 영 딴판인 블랙코미디가 펼쳐진다. 여기서 끝이냐? 마지막에는 로맨스다. 그것도 가슴 아픈 로맨스. 윤고은 작가하면 떠오르는 건 역시 재기발랄한 상상력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다루는 작가의 상상력은 종종 예언이 되기도 했다. 재난 지역 여행상품을 다룬 작품 이 대표적이다. 다크 투어리즘을 한발 앞서 다뤘던 이 작품은 올해 영국 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대거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에서 작가는 결혼 제도를 보험 상품에 포함하는 상상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작품에 등장하는 '안심결혼보험'은 결혼 준비 비용뿐만 아니라 배우자.. 2021. 9. 13.
새 장편소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예스24 베스트셀러 진입 새 장편소설 가 예스24 한국소설 베스트셀러 톱100에 진입했다. 턱걸이인 98위이긴 하지만, 내 소설이 출간한 다음 주에 바로 순위에 오른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는 출간한 지 3년이나 흐른 뒤에야 드라마 의 원작이라는 타이틀 덕분에 베스트셀러 순위에 들어갔다. 와 는 아쉽게도 진입하지 못했었다. 는 드라마 판권을 팔았으니 방송을 타는 날이 오면 진입이야 하겠지만, 언제 그런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고. 다음 주에 순위에서 바로 광탈할지도 모르지만, 일단 자랑질부터 하고 싶었다. 이게 머선129. 2021. 8. 2.
구효서 장편소설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해냄) 강원도 평창의 산골에 자리 잡은 펜션이 작품의 배경이다. 도라지꽃이 흔하게 보일 때 이야기가 시작돼서 질 때쯤 끝나는 걸 보니, 소설 속 계절은 여름과 가을 사이로 짐작된다. 때죽나무, 꽝꽝나무, 구절초, 기생초, 파드득나물 등 다양한 식물이 작품에 소품으로 등장한다. 서정적인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 수 없는 설정이다. 여기에 음식 솜씨가 좋은 펜션 주인과 애늙은이 같은 여섯 살 꼬마, 아흔을 앞둔 한국전쟁 참전 용사 출신 미국인 노인과 한국인 아내, 귀촌을 꿈꾸는 부부가 모여 얽히고설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사연과 상처를 가진 착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어깨를 보듬고 위로를 주고받는다. 마음이 따뜻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참 다정한 작품이다. 페이.. 2021.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