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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35

김경욱 장편소설 <나라가 당신 것이니>(문학동네) 새 장편소설 를 홍보하러 서울 외곽 지역을 돌다가 보름 만에 귀가했을 때 이 작품을 펼쳤다. 신간을 여러 권 샀는데, 읽지도 못하고 호텔프린스에 입주작가로 들어온 터라 소설이 고팠다. 못 읽은 신간 중 표지와 제목이 가장 도발적인 책을 펼쳤다. 내가 차차차기에 쓰려는 장편과도 컨셉이 겹치는 느낌이 들어 관심 있게 읽었다. 스릴러를 기대했는데, 기대와 달리 소동극에 가까웠다. 이 작품은 과거 안기부(더 멀리는 중정) 소속이었던 칠순 노인 몇 명이 모시던 상사의 지령을 받아 한국과 미국을 떠도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올드보이들은 영화 에 등장하는 치안본부 '박처원' 치안감처럼 세상이 빨갱이로 가득 차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상사의 지령을 맹목적으로 받든다. 여전히 과거에 젖어 사는 이들은 작품이 끝나기 직전.. 2021. 8. 19.
독자에게 닿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내가 오늘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겪은 웃픈 일이다. 시간은 약 오후 3시, 장소는 서점 내 한국소설 신간 평대 앞. 한 아주머니가 새 장편소설 를 집어 들어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나는 서점에서 내 책을 손에 들고 살피는 사람을 생전 처음 봤다. 흥분한 나는 평대 주변을 손님인 척 맴돌며 그녀를 살폈다. 그녀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책장을 넘겼다.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그녀를 멀리서 주시했다. 10분, 20분, 30분... 그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페이지를 넘기며 책 읽기에 집중했다. 그렇게 오래 책을 살폈다면, 책을 사지 않을까? 서점에서 내 책을 사는 독자를 직접 목격하는 날이 드디어 왔구나!! 고무된 나는 계산을 마친 그녀에게 다가가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책에 저자 친필 사인을 하는 즐거운 상상을.. 2021. 8. 16.
김홍 소설집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문학동네) 매일 다양한 장르의 새 앨범을 챙겨듣는 생활을 오래 했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재킷 이미지만 봐도 장르가 보이고, 심지어 들을 만한 음악인지도 구별할 수 있게 됐다. 내 경험상 재킷이 구리면 음악도 구리다. 뭐라고 딱히 설명하긴 어려운데, 예외는 없었다. 내게 재킷은 모니터할 앨범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그런데 책은 표지만 봐선 내용이 괜찮은지 판단하기가 무척 어렵다. 특히 한국문학 단행본은 표지만으로는 도저히 내용을 판단하지 못하겠다. 출판사에는 미안한 말인데 대부분 구리고 정형화돼 있다. 이 소설집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표지만으로 내용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띠지에 '문학계의 주성치'라는 문구까지 인쇄돼 있어 궁금증이 더 커졌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느낌은 '주성치'보다는 '버스터 키튼'.. 2021. 7. 17.
백수린 소설집 <여름의 빌라>(문학동네) 작년에 사다 놓고 새 장편 집필 때문에 읽지 못한 책을 이제야 펼쳤다. 책장을 넘기며 떠올랐던 이미지를 두서없이 기록한다. 이상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불안과 불만, 신도시 특유의 정돈된 느낌, 관계의 무상함, 반복되는 일상 속에 스며드는 권태, 단정함 이면에 감춰진 욕망... 나는 작가가 최근에 낸 산문집 이 훨씬 좋았다. 2021. 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