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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141

정은우 소설집 <묘비 세우기>(창비) 지난해 내가 읽은 모든 한국소설 중 최고작은 정은우 작가의 장편소설 이었다. 이 소설집은 정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그래서 정말 많은 기대를 하며 이 소설집을 읽었다. 이 소설집에 실린 여덟 작품은 대부분 상실과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소설집을 모두 읽은 뒤 드는 느낌은 당혹스러움이다. 의 결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완전히 다른 작가가 쓴 작품처럼 느껴질 정도로. 같은 작가가 장편과 단편의 결을 이렇게 다르게 쓸 수 있는지 신기했다. 전반적으로 정갈하고 차분하지만, 장편을 읽으며 감탄했던 부분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 나는 정 작가의 단편보다 장편이 훨씬 좋았다. p.s. 여담으로 올해 읽은 한국 소설 중 최고작은 문미순 작가의 장편소설 이다. 현재까진. 2023. 9. 20.
천선란 연작소설 <이끼숲>(자이언트북스) 천 작가는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 중에서 가장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작가다. 그런 문장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세상에서 어떻게든 무언가를 구해내려고 노력하고, 그 노력으로 희망을 일궈내는 서사와 결합하니 더 빛을 발한다. 연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진흙탕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꽃과 잎에 흙탕물을 묻히지 않기 때문이니까. 반대도 그 점이 조금 아쉬웠다. 이번 작품은 작가의 전작들과 비교해 서사보다 문장에 더 공을 많이 들인 인상을 준다. 문장이 좋긴 한데, 전작들보다 잘 읽히진 않았다. 전반적으로 전작들보다 서사가 난해했다. 읽는 도중에 흐름이 끊겨 앞 페이지로 돌아가 무슨 내용인지 다시 확인하는 일도 잦았고. 내겐 그런 문장이 양날의 검처럼 느껴졌다. 그런데도 천 작가가 많은 독자의.. 2023. 9. 19.
문지혁 소설 <크리스마스 캐러셀>(위즈덤하우스) 이 책은 위즈덤하우스가 단편을 바로 출간하는 '위픽' 시리즈로 나왔다. '위픽' 시리즈는 이래저래 창비가 내놓았던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기획이다. 단편소설에 일러스트를 풍부하게 더한 '소설의 첫 만남'과 달리, '위픽'은 하드커버로 소장 가치를 높였다는 점이 다른 점이라고 하겠다. 이 작품은 놀이동산의 회전목마를 소재로 인생의 의미, 이방인의 삶, 가족의 의미를 따뜻한 필치로 다룬 단편이다. 단편 한 편만 실린 책이기 때문에 거창한 리뷰가 어울리진 않는다. 부담없이 가방에 챙겨 빠른 시간에 완독하기엔 좋은 책이다. 그에 부합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기도 하고. 자음과모음의 '트리플' 시리즈처럼 시도는 새로운데, 독자를 얼마나 끌어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꽤 많은 작가의 책이 나.. 2023. 9. 17.
장류진 소설집 <연수>(창비) 대기업 합숙 면접에서 취준생끼리 벌이는 치열한 경쟁(펀펀페스티벌), 지금까지 성공적인 삶을 살아왔는데 운전에서만 막히는 회계사(연수), 신입사원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여성 간부의 시선으로 바라본 기업 문화(공모), 정직원 전환만 바라보며 치열하게 현장을 취재하는 인턴기자(동계올림픽). 주변에서 흔히 보일 법한 캐릭터와 생활에 밀착한 주제가 작가 특유의 가독성 좋은 문장에 실려 후루룩 읽힌다. 작가의 전작들이 모두 그랬듯이 이 소설집 또한 페이지터너다. 자전거 동호회(라이딩크루)와 한 대학 국문과(미라와 라라)를 배경으로 미묘하게 갈등하는 인간 군상을 그리는 단편도 직장을 배경으로 다룬 다른 단편만큼 흥미롭다. 다만 책을 덮을 때 뭔가 의문이 남았다. 왜 장 작가의 소설은 노동을 다루는 다른 작가(ex : .. 2023.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