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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141

김종연 장편소설 <마트에 가면 마트에 가면>(자음과모음) 재난 발생 후 이재민의 일상과 심리를 그린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 속에서 발생한 지진은 대한민국 전체를 무너뜨릴 정도로 엄청난 규모는 아니다. 아포칼립스 수준으로 모든 국민의 삶을 무너뜨린 재해가 아니어서 오히려 묘사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작품의 제목에서 파악할 수 있듯이 이 작품의 배경은 대형마트다. 정부는 임시로 이재민을 대형마트와 같은 공공시설에 집어넣고 곧 주거 공간을 제공해 주겠다며 달랜다. 재해 때문에 일상을 보내는 공간이 바뀌었어도 사람들은 여전하다. 자연스럽게 파벌이 갈리고, 반목하고, 싸우고. 이런 가운데 느닷없이 화장실에서 낯선 아기가 발견돼 분위기를 반전한다. 재난을 주제로 다룬 장편이지만, 이야기 전개는 의외로 잔잔하다. 우울하지도, 웃기지도 않는다. 그저 일상의 사소한 기쁨에.. 2023. 6. 30.
문미순 장편소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나무옆의자) 이 작품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간병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고령화 문제는 빈약한 사회 안전망 및 저출산 문제와 맞물려 간병 파산이나 살인과 같은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작품은 치매 어머니를 돌보는 중년 여성 '명주'와 뇌졸중을 앓는 아버지를 돌보는 청년 남성 '준성'의 이야기를 교차해 보여주며 복지의 사각지대를 조명한다. 두 주인공의 삶은 비극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대아파트에서 어머니를 돌보며 살던 명주는 어머니가 죽자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참고해 시신을 미라로 만든다. 어머니 앞으로 나오던 연금이 끊기면 자신도 살길이 막막해진다는 이유로. 뉴스로 보도돼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연금부정수급 사례가 오버랩된다. 준성은 아버지를 돌보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밤에는 대리운전을 .. 2023. 6. 28.
차무진 장편소설 <엄마는 좀비>(생각학교) 작가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좀비물 을 손에 땀을 쥐며 읽은 기억이 있어 이 작품의 제목을 보고 외면하지 못했다. 에서 처절한 부성을 그려낸 작가가 엄마를 좀비로 그린 청소년소설을 썼다니. 과 다른 착한 결말일 것임을 예상하면서도, 어떻게 엄마를 그렸을지 궁금해 책을 펼쳤다. '중2'만큼이나 무섭다는 '중3'인 주인공은 엄마와 단둘이 산다. 아빠의 불륜 때문에 가족이 해체됐고, 엄마는 아빠의 도움을 완전히 거부한다. 주인공도 가족 해체의 원인이 아빠에게 있음을 잘 알지만. 그 책임을 손쉽게 엄마에게 돌린다. 주인공의 감정 쓰레기통이 된 엄마가 어느 날 밤 갑자기 좀비로 변하고,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주인공은 엄마를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그 과정에서 엄마를 조금씩 이해하며 철이 든다. ​.. 2023. 6. 25.
서윤빈 소설집 <파도가 닿는 미래>(허블) 한국과학문학상은 김초엽, 천선란 등 걸출한 작가를 배출하며 SF를 넘어 기존 문단에서도 주목하는 신인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 내가 SF를 읽는 이유 중 하나는 낯선 시공간 위에 현재가 겹쳤을 때 선명하게 드러나는 대비감 때문이다. 수상자의 첫 단행본을 읽는 일은, 한국 문학의 최전선을 살피는 일임과 동시에 이 사회의 문제점을 다른 필터로 살피는 일이기도 할 테다.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의 주제는 대부분 불안정한 일자리다. 일러스트레이터가 AI에 밀려 다른 진로를 찾고('페가수스의 차례'), 해녀가 바다 대신 우주에서 숨비소리를 내며('루나'), 자율주행 AI 때문에 보험 업계 종사자가 일자리를 잃는다('마음에 날개 따윈 없어서'). 작가는 토크쇼 '아침마당', 가상화폐, 밴드 넬(NELL), 청계천 등.. 2023. 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