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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추천35

한소범 산문집 <청춘유감>(문학동네) 작가는 언론계는 물론 출판계에서 소문난 문학기자였고, 그 소문은 현재진행형이다. 언론사는 보통 중견 기자를 문학 담당 기자로 배치한다. 그만큼 무게감 있게 받아들여지는 자리에 나이 서른도 안 된 젊은 기자가 불과 몇 년 만에 업계가 인정하는 훌륭한 문학기자가 됐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때 김훈 선생님이 머물렀던 자리에서? 보통 사건이 아니다. 하필 나는 짧았던 문학기자 시절에 작가와 함께 필드에서 뛰었다. 그리고 백전백패였다. 내가 그 시절에 가장 많이 참고한 기사는 작가가 쓴 한국일보 기사였다. 부지런하고, 관심사가 넓었으며, 이슈의 핵심이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했고, 무엇보다도 기사를 참 잘 썼다. 이러니 소문이 안 날 수가 있나. 그렇게 작가는 현재 대한민국 출판, 문학 시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기자.. 2023. 6. 30.
문미순 장편소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나무옆의자) 이 작품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간병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고령화 문제는 빈약한 사회 안전망 및 저출산 문제와 맞물려 간병 파산이나 살인과 같은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작품은 치매 어머니를 돌보는 중년 여성 '명주'와 뇌졸중을 앓는 아버지를 돌보는 청년 남성 '준성'의 이야기를 교차해 보여주며 복지의 사각지대를 조명한다. 두 주인공의 삶은 비극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대아파트에서 어머니를 돌보며 살던 명주는 어머니가 죽자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참고해 시신을 미라로 만든다. 어머니 앞으로 나오던 연금이 끊기면 자신도 살길이 막막해진다는 이유로. 뉴스로 보도돼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연금부정수급 사례가 오버랩된다. 준성은 아버지를 돌보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밤에는 대리운전을 .. 2023. 6. 28.
이서수 소설집 <젊은 근희의 행진>(은행나무) 올해 초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를 보면, 2021년 12월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333만 원이다. 이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면 평균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지난 2013년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국회의원 평균 재산은 94억9000만 원이었다. 국회의원을 엄청난 자산가처럼 보이게 만든 원인은 정몽준 전 의원 때문이었다. 정몽준 한 사람의 재산이 전체 국회의원 재산 합계보다도 많았으니까. 그를 제외하고 평균을 내면 23억3000만 원으로 뚝 떨어졌다. 진짜 보통 사람의 소득 수준을 알아보려면, 평균소득이 아니라 임금근로자를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중간에 위치하는 값인 중위소득을 살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중위소득은 250만원이다. 즉 대.. 2023. 6. 18.
김호연 산문집 <김호연의 작업실>(서랍의날씨) 리뷰보다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으려 한다. 2021년 봄, 내가 횡성 예버덩문학의집에 입주 작가로 머물고 있던 때다. 예버덩문학의집을 운영하는 조명 선생님께서 김호연 작가가 새 장편소설 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조명 선생님은 종종 김 작가가 예버덩문학의집에 머물렀던 시절을 회상하며 부지런히 활동하는 작가라고 칭찬하곤 했다. 마침 예버덩문학의집 서재에 김 작가의 데뷔작 가 꽂혀있어 꺼내 읽었다. 정말 재미있었다. 왜 이제야 이 소설을 읽었나 싶었을 정도로. 순수하게 재미로만 따지면 보다 앞서는 장편을 그 이후 단 한 작품도 만나지 못했다. 이후 나는 등 김 작가의 작품을 뒤늦게 찾아 읽으며 반가움을 느꼈다. 김 작가 또한 나처럼 소설은 서사가 전부라고 믿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2023.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