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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34

안보윤 장편소설 <여진>(문학동네) 읽는 내내 기시감이 들었다. 기억을 되돌려 보니 예전에 회사 책꽂이에 꽂혀 있던 계간 자음과모음 과월호를 들추다가 읽은 단편이 장편으로 확장된 작품이었다. 당시에 단편을 읽었을 때 꽤 여운이 깊었던 터라, 내용은 다 기억하지 못해도 좋은 작품을 읽었다는 느낌이 아직도 남아 있다. 단편은 누나와 자신이 놀다가 일으킨 층간소음 때문에 조부모님이 살해당했다는 죄책감을 가진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다. 여기에 주인공의 조부모를 살해한 남자의 아들과 관련한 이야기가 덧붙여져 장편으로 재탄생했다. 글쎄... 그냥 단편으로 두는 게 낫지 않았을까. 1부만으로 충분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굳이 완성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작품이 있다. 2022. 9. 15.
이인애 장편소설 <안녕하세요, 자영업자입니다>(문학동네) 이 작품은 8년 동안 다닌 대기업에서 권고사직을 당한 후 퇴직금으로 스터디 카페를 차린 자영업자가 보낸 1년 남짓의 시간을 따라간다. 철저한 준비 없이 뛰어든 자영업의 세계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목 좋은 곳에 자리를 얻어 개업하기만 하면 돈을 벌 줄 알았는데 오산이다. 자유업종, 비자유업종, 권리금, 관리비, 부가가치세, 관리비, 계약 전력량 등 체크해야 할 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부동산에서 매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덜컥 계약부터 했다가 낭패를 보고, 급하게 개업을 준비하다가 인테리어 업체로부터 제대로 눈탱이를 맞는다. 퇴직금으로 모자라 대출까지 받아 겨우 스터디 카페를 개업하지만,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예상치 못한 폭풍우가 밀려온다.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자 정부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고, 정부의 .. 2022. 9. 13.
박상영 연작소설 <믿음에 대하여>(문학동네) 이 작품에는 작가의 대표작인 처럼 네 편의 소설이 연작으로 실려 있다. 그중 두 편은 이미 문예지(악스트, 릿터)를 통해 읽은 터라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기분이 들었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은 30대 직장인이다. 성적 지향이 동성일 뿐, 누가 봐도 평범해 보이는 샐러리맨들이다. 20대를 다룬 , 10대를 다룬 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탄탄한 직장과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사랑의 방법이 과거와 비교해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 지점이 갈등의 시발점이다. 의식주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는 지위와 돈을 가지고 있어도 불안하다. 남들과 다른 성적 지향이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 의식주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는 물적 토대가 흔들리니 말이다. 몸은 함께 있지만 외부 조건 때문에 마음까지.. 2022. 9. 11.
정한아 장편소설 <친밀한 이방인>(문학동네) 우리의 삶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종의 연극과 비슷하지 않을까. 5년 동안 서재에 묵혀 구간이 된 이 작품을 읽고 든 생각이었다. 평생 신분을 속이며 살아온 여자 '이유미'의 행적을 추적하는 주인공의 여정이 작품의 큰 줄기다. 주인공은 결혼 후 출산해 몇 년째 소설을 쓰지 못하는 소설가인데, 우연히 이유미가 자신의 미발표작으로 소설가 행세를 하고 다녔음을 알게 된다. 추적 끝에 드러나는 이유미의 인생사는 기가 막히다. 가짜 대학생이었다가 피아노 학원 강사였고, 대학에서 평생교육원 강사로 일하다가 교수로 임용됐으며, 요양병원 의사 행세도 했었다. 이유미는 결혼도 세 차례 했는데 심지어 이름을 바꾸고 남성 행세를 하며 여자와 산 일도 있었다. 인정 욕구와 그 욕구를 받쳐주지 못하는 가정사가 빚어낸 무리한.. 2022. 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