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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설66

차무진 장편소설 <엄마는 좀비>(생각학교) 작가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좀비물 을 손에 땀을 쥐며 읽은 기억이 있어 이 작품의 제목을 보고 외면하지 못했다. 에서 처절한 부성을 그려낸 작가가 엄마를 좀비로 그린 청소년소설을 썼다니. 과 다른 착한 결말일 것임을 예상하면서도, 어떻게 엄마를 그렸을지 궁금해 책을 펼쳤다. '중2'만큼이나 무섭다는 '중3'인 주인공은 엄마와 단둘이 산다. 아빠의 불륜 때문에 가족이 해체됐고, 엄마는 아빠의 도움을 완전히 거부한다. 주인공도 가족 해체의 원인이 아빠에게 있음을 잘 알지만. 그 책임을 손쉽게 엄마에게 돌린다. 주인공의 감정 쓰레기통이 된 엄마가 어느 날 밤 갑자기 좀비로 변하고,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주인공은 엄마를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그 과정에서 엄마를 조금씩 이해하며 철이 든다. ​.. 2023. 6. 25.
서윤빈 소설집 <파도가 닿는 미래>(허블) 한국과학문학상은 김초엽, 천선란 등 걸출한 작가를 배출하며 SF를 넘어 기존 문단에서도 주목하는 신인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 내가 SF를 읽는 이유 중 하나는 낯선 시공간 위에 현재가 겹쳤을 때 선명하게 드러나는 대비감 때문이다. 수상자의 첫 단행본을 읽는 일은, 한국 문학의 최전선을 살피는 일임과 동시에 이 사회의 문제점을 다른 필터로 살피는 일이기도 할 테다.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의 주제는 대부분 불안정한 일자리다. 일러스트레이터가 AI에 밀려 다른 진로를 찾고('페가수스의 차례'), 해녀가 바다 대신 우주에서 숨비소리를 내며('루나'), 자율주행 AI 때문에 보험 업계 종사자가 일자리를 잃는다('마음에 날개 따윈 없어서'). 작가는 토크쇼 '아침마당', 가상화폐, 밴드 넬(NELL), 청계천 등.. 2023. 6. 25.
설송아 장편소설 <태양을 훔친 여자>(자음과모음) 2015년 겨울, 평생 비참하게 살았던 한 여성 '봄순'이 평양에서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고 자신의 목숨도 잃는다. 그렇게 이 세상과 바이바이 하는가 싶었는데, 다시 눈을 떠보니 1998년 신혼 무렵이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봄순은 과거로 돌아왔다. 화폐개혁, 장마당의 탄생, 시장경제의 활성화 등 미래에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모두 아는 상태로. 이 작품은 주인공이 온갖 고난을 뚫고 기업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봄순은 온갖 노력 끝에 받은 훈장을 팔아 마련한 밑천으로 떡 장사를 해 종잣돈을 마련하고, 그 종잣돈으로 주유소를 세워 큰 돈을 번다. 봄순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항생제 제조까지 뛰어들어 돈을 쓸어담는다. 하지만 자신보다 잘 나가는 봄순에 열폭한 남편이 불륜으로 그녀의 뒤통수를.. 2023. 6. 19.
임제훈 장편소설 <1그램의 무게>(북레시피) 이보다 하이퍼 리얼리즘 장편소설이 또 있을까 싶다. 이 작품의 주제는 마약(그중에서도 필로폰)이고, 작가는 실제로 캄보디아에서 마약을 밀수하고 SNS로 판매하다가 검거돼 4년 동안 감옥에서 살았다. 심지어 주인공 이름까지 저자와 같다. 이 작품은 그동안 막연하게 알려졌던 마약의 위험성을 진짜 '업자'의 시각으로 잘 보여준다. 작가는 캄보디아에서 마약 밀수 혐의로 체포된 순간부터 한국으로 송환돼 감옥 살이를 하는 과정을 일기 형식으로 풀어낸다. 시간순으로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풀어내기에 느껴지는 현장감이 장난이 아니다. 대한민국 사회에 마약 유통이 어떻게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알았다. 더 무서운 사실은 마약 사범이 고등학생, 가정주부, 취준생 등 대부분 평범한 사람이란 점이다. .. 2023.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