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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설66

문지혁 장편소설 <초급 한국어>와 <중급 한국어>(민음사) 독자는 자주 작품과 작가의 삶을 동일시한다. 소설가라면 누구나 작품 내용이 정말 본인의 경험이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자주 했다. 그때마다 나는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이라고 답할 뿐이다. 그 말이 가장 진실에 가깝기도 하고. 그런데 와 를 읽는 내내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이지? 나는 일인칭 시점을 자주 사용하는 편인데도, 두 작품이 서사를 전개하는 방식이 꽤 신선하게 느껴졌다. 는 주인공 '문지혁'이 미국의 모 대학에서 현지인을 상대로 한국어를 강의하는 일상을, 는 주인공이 귀국해 강원도의 모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는 사이에 벌어지는 일상을 그린다. 나는 를 몇 년 전에 읽었다. 당시에는 그냥 가볍게 읽고 묻어뒀던 작품이다. 어려서부터 일탈.. 2023. 6. 18.
이서수 소설집 <젊은 근희의 행진>(은행나무) 올해 초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를 보면, 2021년 12월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333만 원이다. 이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면 평균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지난 2013년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국회의원 평균 재산은 94억9000만 원이었다. 국회의원을 엄청난 자산가처럼 보이게 만든 원인은 정몽준 전 의원 때문이었다. 정몽준 한 사람의 재산이 전체 국회의원 재산 합계보다도 많았으니까. 그를 제외하고 평균을 내면 23억3000만 원으로 뚝 떨어졌다. 진짜 보통 사람의 소득 수준을 알아보려면, 평균소득이 아니라 임금근로자를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중간에 위치하는 값인 중위소득을 살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중위소득은 250만원이다. 즉 대.. 2023. 6. 18.
이두온 장편소설 <러브 몬스터>(창비) 제목처럼 사랑에 미쳐 답이 없는 괴물들이 종합선물세트로 등장한다. 이들의 사랑은 하나 같이 기괴하고 불편한데,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그런 이들이 모여 서로 적대하다가 연대하는 등 기묘한 관계를 형성하며, 슈퍼카 엔진을 달고 질주하는 불도저인 양 이야기를 밀어붙인다. 이루지 못한 사랑에 미쳐 버린 이들의 질주는 여럿이 죽어나가는 사고를 겪으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다른 장편소설과 비교해 원고량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읽히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처음에는 그저 그런 불륜으로 보였던 작은 이야기에 잔가지가 겪어 큰 나무를 닮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전개에 놀랐다. 그야말로 '괴물' 같은 소설이다. 책을 덮은 후 머릿속에 단 하나의 질문만 남는다. 도대체 사랑이 뭐 길래? 사랑은 도대체 어떤 감정이기에 나이와 상.. 2023. 5. 12.
김의경 장편소설 <헬로 베이비>(은행나무) 소설을 읽는 일이 다른 인생을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가성비가 좋은 방법이란 걸 실감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여성의 임신을 주제로 다룬 작품이다. 더 나아가 보자면 임신이라는 공통 분모로 여성이 연대하고 서로 위로하는 이야기라고 짐작해 볼 수도 있겠다. 이 작품을 다룬 기사도 대부분 그런 논조였지만, 책을 덮은 뒤 감상은 "글쎄?"다. 책을 덮은 뒤 느낀 기분은 복잡했다. 나는 이 작품을 읽고 우리가 과연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인지 의문이 들었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은 모두 난임 여성이다. 이들의 직업은 프리랜서 기자, 변호사, 수의사, 경찰, 가정주부 등 다양하다. 평소에는 서로 만날 일이 없는 이들이 난임 여성이라는 공통 분모를 매개로 연결돼 유대를 맺.. 2023. 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