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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5주차 추천 앨범 ▶정우 [철의 삶] * 살짝 추천 앨범 ▶화분 [안녕] ▶조이 [From JOY, with Love] ▶민지운 [Pink, then grey] ▶진성 [천상가] 2025. 8. 24.
황정은 산문집 『작은 일기』(창비) 작가가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의 계엄 선포 이후부터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을 선고했던 4월 이후까지 쓴 일기를 모은 책이다.그 사이에 정치권에서 벌어졌던 사건에 관한 생각, 광장에서 바라본 풍경 등을 상세하고 생생하게 담고 있다.일기라는 형식답게 직설적이고 감정을 억지로 숨기지도 않는다.페이지 곳곳에서 조용하게 불안과 분노를 표출하고 때로는 절망하면서 동시에 그 안에서 작은 희망의 씨앗을 찾는다.작가의 의견에 전혀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특히 2030 남성을 바라보는 시선), 계엄에 분노하고 탄핵에 찬성했던 사람이라면 이 산문집이 남의 일기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지나온 험악한 시간이 최근에 있었음을 새삼 실감했다. 2025. 8. 24.
성진환 산문집 『아무튼, 레코드』(위고) 1. 음악을 대하는 내 태도가 진지해진 때는 지난 1995년 봄 솔리드 2집 [The Magic of 8 Ball] 정품 테이프를 산 뒤부터다. 그 시절 내 용돈은 하루 1000원을 넘지 않았는데, 정품 테이프 가격은 3500~5500원 사이였다. 용돈을 일주일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살 수 있는 정품 테이프를 산 이유는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길보드'로 부르던 불법복제 테이프를 국민학교 시절부터 가끔 사서 들었지만, 좋아하는 노래를 '길보드'로 들으면 좋아한다고 말하기가 왠지 떳떳하지 않다고 느껴졌다. 학창 시절 내내 용돈이 부족했지만, 테이프를 사서 비닐 포장을 뜯을 때 쏟아지는 도파민 때문에 부족한 용돈을 모으고 또 모았다. 공짜로 받은 비싼 물건보다 '내돈내산'한 저렴한 물건에 더 애착이.. 2025. 8. 23.
한로로 소설 『자몽살구클럽』(어센틱) 나는 작가가 지난 2022년 싱어송라이터로 데뷔 후 내놓은 모든 싱글과 EP를 따라 들어왔다.매주 EP 단위 이상인 앨범을 꼬박꼬박 챙겨 듣고 있고, 그 과정에서 나름 필터링된 뮤지션은 싱글까지 챙겨 듣는데, 작가는 내가 싱글까지 챙겨 듣는 몇 안 되는 뮤지션이었다.지금 활동하는 젊은 뮤지션 중에서 백아와 더불어 가장 좋은 가사를 쓰는 싱어송라이터다.포크에 음유시인으로 백아가 있다면, 록에는 한로로가 있다.이 작품은 작가가 최근 발표한 동명의 EP와 함께 나왔다.공교롭게도 이 작품은 최근에 읽은 백은별 작가의 장편소설 『시한부』와 같은 소재(청소년 자살)를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는데, 『시한부』보다는 경쾌하고 '딥'하진 않다.하지만 결말은 『시한부』보다 훨씬 처참하고 급작스러워서 당황했다.앨범을 들을 땐 .. 2025. 8. 23.
백은별 장편소설 『시한부』(바른북스) 중학생 작가가 쓴 베스트셀러라는 사실을 잊은 채 읽으려고 노력했다. 오래전에 귀여니의 소설 몇 편을 읽고 강력한 문화적 충격을 받은 일이 있어서, 10대 작가를 향한 선입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귀여니의 소설과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괜찮은 작품이었다. 청소년 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확실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 놀랐다. 절망과 맞닥뜨리면 다양한 선택지를 따져보지 않는다는 아이들의 조용한 절규에 가슴이 먹먹했다. 나 역시 가족을 자살로 잃은 경험이 있다 보니, 등장인물의 심리와 행동을 따라가면서 어느새 내 이야기처럼 소설에 집중할 수 있었다. 지난 2011년부터 1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고, 매년 청소년 자살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의 .. 2025. 8. 23.
2025년 8월 4주차 추천 앨범 ▶새소년 [] ▶양반들 [해방촌 HBC] * 살짝 추천 앨범 ▶전소미 [Chaotic & Confused] ▶윤현석 [Strings of Eternity] ▶모스힐 [인골 밀림] ▶키 [Hunter] 2025. 8. 18.
2025년 8월 3주차 추천 앨범 ▶차세대 [명랑하게] ▶한로로 [자몽살구클럽] * 살짝 추천 앨범 ▶솔튼페이퍼 [Fairy Taes and Fever Dreams] ▶박소은 [B급 미디어] ▶보아 [Crazier] 2025. 8. 11.
김지은 인터뷰집 『우리의 실패가 쌓여 우주가 된다』(휴머니스트) 좋은 안목을 갖고 있으면 종종 괴롭다. 대놓고 좋은 안목을 갖고 있다고 말하니 살짝 민망하지만, 나는 좋은 건 기가 막히게 알아본다. 그래서 괴롭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 부지런히 방구석에서 음악을 만들다가 포기한 이유도 이 안목 때문이었다. 많이 듣고 만들어 경험치가 쌓이다 보니 어떤 음악이 좋은지 동물적으로 알겠는데, 나는 그런 음악을 만들지 못했으니 말이다. 작가로서도 이 안목 때문에 괴롭긴 마찬가지다. 많이 읽고 쓰다 보니 어떤 글이 좋은지 바로 감이 오는데, 나는 그런 글을 쓰지 못하니 말이다. 최근에는 내가 이도 저도 아닌 무가치한 작가란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실패하지 않으려고 오랫동안 밥벌이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나왔는데, 여기서도 실패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들고. 슬플 .. 2025. 8. 8.
박진규 산문집 『창밖에 사체가 보였다』(나무옆의자) 우리나라에 아마도 박진규 작가만큼 경찰을 잘 아는 소설가는 없을 테다. 작가가 편집장으로 일하는 '수사연구'는 4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수사 전문 잡지이고 경찰 사이에선 오래된 친구 같은 존재다. 기자는 경찰서에서 형사들에게 귀찮은 똥파리 취급을 받는데, '수사연구' 기자는 다른 취급을 받았을 거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았다. 그만큼 디테일한 내용이 돋보이는 산문집이다. 이 산문집에는 실제 사건 12건에 관한 사실관계와 뒷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작가가 사건을 취재하며 느꼈던 감정과 사건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이다. 여기에 소개된 사건은 하나 같이 인류애를 의심하게 만들고, 인간의 밑바닥 of 밑바닥, 그야말로 심연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비윤리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범죄.. 2025.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