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994 천선란 소설집 『모우어』(문학동네) 표지처럼 따뜻하면서도 몽환적이다.서사보다는 이미지가 강렬하다.작가의 전작과 비교해 난해해서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작가의 모든 작품을 통틀어 가독성이 가장 떨어진다.그러다 보니 처지는 기분이 들어 후반부에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이미지만 느끼며 스쳐 지나갔다.그래도 보물은 있다.염장이 안드로이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뼈의 기록」이 그런 작품이었다.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보다 더 인간다워 보이는 연출은 흔하긴 해도 가슴을 치는 무언가가 있다.안드로이드가 생전에 친분을 나눴던 장례식장 청소부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염을 치르는 모습을 볼 때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사람은 저마다 살아온 삶을 통해 다른 뼈 모양을 가지게 되며, 인간이 생을 다할 때까지 성장하고 변형된다는 메시지가 뒤통수를 쳤다... 2025. 6. 16. 2025년 6월 3주차 추천 앨범 ▶백현진 [서울식 : 낮 사이드], [서울식 : 밤 사이드] ▶추다혜차지스 [소수민족] ▶전진희 [雨後 uuhu] ▶하경 [BREATHING IN] ▶안다영 [WHERE IS MY FRIEND?] * 살짝 추천 앨범 ▶김완선 [HI, ROSA's REFINE DAY] ▶QWER [난 네 편이야, 온 세상이 불협일지라도] ▶향 [All We Have is Not What We Need] ▶ITZY [Girls Will Be Girls] ▶천진우 [꽃순이] 2025. 6. 15. 전지영 소설집 『타운하우스』(창비) 소설집을 읽는 날이 오기를 기다렸던 작가다. 중앙지 신춘문예 2관왕(조선일보, 한국일보)이라는 화려한 등단, 등단작이 보여줬던 익숙한 일상에 뒤틀려 녹아있는 불안한 정서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집에도 등단작이 보여줬던 개성이 잘 드러나 있다. 어지간한 스릴러보다 내겐 더 긴장감이 넘치는 이야기의 연속이었다. 폭력도 없고, 피 한 방울도 튀지 않는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망설이게 된다. 겉보기엔 평화롭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인데,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뿜어내는 정서가 대단히 찝찝하고 불편하다. 학폭 피해자인 딸을 데리고 낯선 섬으로 도망치듯 떠나왔더니 그 섬에서 학폭을 저지른 학생의 어머니와 엮이는 불편한 상황으로 이어지고(말의 눈), 군대라는 폐쇄적인 사회의 위계질서는 부조리한 상황에도.. 2025. 6. 14. 2025년 6월 2주차 추천 앨범 ▶셔츠 보이 프랭크 [The Era of Company man] * 살짝 추천 앨범 ▶바닐라 어쿠스틱 [Color of Vanilla] 2025. 6. 8. 윤대주 장편소설 『사물의 메시아』(문학수첩) 맷돌, 서까래, 선글라스, 소금 항아리, 피아노... 이 작품 속 모든 사물은 영혼을 가지고 있고, 마치 인간처럼 사고한다. 마치 범신론을 소설로 읽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 작품 속 사물이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속 장난감처럼 사람이 보지 않을 때 움직이는 존재는 아니다. 이 작품 속 사물은 움직일 수 없고, 일부 특별한 인간만 사물과 소통할 수 있을 뿐이다. 겉보기엔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다를 게 없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규칙이 있다. 사물은 결코 인간사에 개입해선 안 된다. 이를 어기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모른다. 불탄 집에서 겨우 형태를 유지한 채 발견된 목재가 있다. 기억을 잃은 채 발견된 목재는 새로운 집의 기둥으로 만들어지는데, 그곳에서 자신의 과거를 아는 맷돌을 만나 자기.. 2025. 6. 8. 김의경 소설집 『두리안의 맛』(은행나무) 이 소설집을 읽고 이런저런 문장을 주저리주저리 쓰다가 모두 지웠다. 그 어떤 해설도 사족인 소설집이다. 읽는 내내 고용노동부 출입 기자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꼈다. 오랜만에 기자 흉내를 내보겠다. 대한민국 보통 청년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기획 기사 작성 때문에 통계에 익숙한 편이다. 통계를 살피면 디테일한 부분은 놓칠지 몰라도. 대략적인 윤곽 정도는 그릴 순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방법의 하나는 돈의 흐름을 살피는 거다. 대한민국 보통 청년의 모습을 살피려면 그들이 어떻게 먹고사는지 통계를 살피면 된다. 2024년 기준 대한민국 전체 기업 중 99%가 중소기업이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는 전체 취업자의 89.0%를 차지하고, 그들의 월 평균소득은 약 298만.. 2025. 6. 7. 조영주 소설 『내 친구는 나르시시스트』(생각학교) 학창 시절에 경험한 왕따나 학폭은 그 시절을 넘어 인생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에 왕따라고 부르기엔 애매하고, 그렇다고 학폭이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한 경험을 했다. 거의 30년 전의 일이다. 고2 때 나는 반에서 일진(이라기에도 어설픈) 무리 중 하나와 시비가 붙었다.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아마도 별거 없어 보이는데 뻣뻣한 내 태도가 그 녀석에게 거슬렸던 듯하다. 그냥 말다툼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내가 자리에 앉자 그 녀석이 보온밥통으로 내 뒤통수를 세게 쳤다. 눈앞에 별이 보였다. 눈이 뒤짚힌 나는 의자를 들어 그 녀석에게 던졌고 동시에 몸싸움이 크게 벌어졌다. 그날 이후 고달픈 날이 이어졌다. 내가 거칠게 대응하는 모습을 본 일진 무리는 물리적인 폭력 대신 비아냥거림이나 .. 2025. 6. 4. 정덕시 장편소설 『거미는 토요일 새벽』(은행나무)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키운 반려동물은 언젠가부터 생태계 교란종으로 취급받는 붉은귀거북 세 마리였다. 내 의지로 키우기 시작한 거북은 아니었다. 1995년 초쯤 동생이 어머니를 졸라 시내에 있는 수족관에서 거북이를 샀다. 내 기억으로 마리당 2000원이었고, 작은 플라스틱 어항은 5000원, 사료는 한 봉지에 1000원이었다. 동생은 거북이에게 관심은 쏟은 기간은 처음 며칠뿐이었다. 어항은 곧 거북이의 똥과 사료 찌꺼기 때문에 지저분해졌는데, 동생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러다간 거북이들이 다 죽겠다 싶었다. 나는 동생에게 그럴 거면 거북이를 내게 넘기라고 말했다. 동생은 미련 없이 내게 어항을 통째로 넘겼다. 그게 거북이 키우기의 시작이었다. 키우는 동안 거북이들이 개체별로 성격이 모두 다를 뿐만.. 2025. 6. 3. 2025년 6월 1주차 추천 앨범 ▶아이유 [꽃갈피 셋] ▶스핏온마이툼 [Symbiosis of Mutated Transfiguration] * 살짝 추천 앨범 ▶엔플라잉 [Everlasting] ▶루디스텔로 [ten] ▶안다르크 [Earthbound Children] ▶세븐틴 [HAPPY BURSTDAY] ▶서울 재즈 트리오 [JAZZ MEETS SEOUL] ▶킥플립 [Kick Out, Flip Now!] 2025. 6. 2. 이전 1 ··· 3 4 5 6 7 8 9 ··· 2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