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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 장편소설 <꿀벌과 천둥> 外 한국문학이 아닌 단행본 중 기억나는 작품 몇 개에 관한 감상을 끼적인다. * 온다 리쿠 장편소설 (현대문학) 몇 년 전에 읽다가 말았던 장편소설이다. 피아노 콩쿠르에 관한 소설인데, 내가 피아노에 관해 아는 게 별로 없으니 읽어도 별 감흥이 없었다. 음악을 함께 들으며 읽으면 감흥이 크지 않을까 싶어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최고를 향해 나아가는 젊은 천재들의 행보가 이렇게 큰 감동을 줄 줄 몰랐다. 몇몇 부분에선 저절로 눈물이 흘러나와 당황했다. 하지만 내가 가장 감정 이입한 캐릭터는 천재보다는 가장 나이 많은 참가자 다카시마 아카시였다. 천재는 아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천재와 다른 길을 여는 노력파. 어딘가 모르게 내 소설 쓰기를 닮아서 응원을 멈출 수가 없었다. * 위화 장편소.. 2023. 12. 30.
이혁진 장편소설 <광인>(민음사) 이 작품이 2023년에 읽는 마지막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여러모로 놀라운 소설이다. 작가가 장편소설 로 데뷔했을 때, 이제 한국 문학계에도 이렇게 훌륭한 기업소설이 나오는구나 싶었다. 동명의 드라마로도 제작된 작가의 출세작 를 읽었을 땐 섬세한 연애담과 감정선을 현실과 기막히게 엮어 기업소설의 범위를 넓히는 필력을 보고 감탄했었다. 하지만 나는 작가를 기본적으로 사회파 소설가로 여겨왔기 때문에, 이렇게 대놓고 치명적인 연애소설을 써서 내놓을 줄은 몰랐다. 이 작품은 돈에 미쳐 살아온 남자 '해원', 위스키 제조에 미친 여자 '하진', 음악에 미친 남자 '준연'의 관계를 중심으로 서로를 존경하고 사랑했지만 마침내 미워하고 증오하며 광기로 물들고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그린다. 제목처럼 그야말로 미친 .. 2023. 12. 29.
2023년 12월 5주차 추천 앨범> ▶실리카겔 [POWER ANDRE 99] ▶권진원 [KWON JIN WON WITH ROB BAVEL] * 살짝 추천 앨범 ▶반도 [반도지형도] ▶몽키피콰르텟 [Banana Spaghetti] ▶나선 [어제의 내일] ▶이고요 [사랑으로, 사라] 2023. 12. 24.
김아나 장편소설 <1990XX>(자음과모음) 이 작품은 '백말띠'의 기가 세다는 이유로 여아를 집단으로 낙태했던 1990년을 모티브로 쓴 장편소설이다. 1990년에 대한민국에서 조용하고 광범위한 학살이 일어났으며, 그 학살은 임신한 여성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뤄졌다는 서사. 황모과 작가의 장편소설 를 떠올리게 하는 서사인데, 표현 방식은 그보다 훨씬 과격하고 강렬하다. 프랭크 밀러와 로버트 로드리게스가 감독한 처럼 스타일리시한 연출도 보이고. 그런데 읽는 내내 불편했다. 불편한 감정의 근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다가 한 질문에 다다랐다. 과거 여아라는 이유로 타의에 의해 낙태 당했던 태아의 생명과 현재 여성의 자기 결정권에 따라 낙태 당하는 태아의 생명의 무게가 서로 다른가? 이 작품에서 드러나듯 1990년에 타의로 태어나지 못한 여아가 많았으며, 그.. 2023. 12. 24.
조영주 장편소설 <크로노토피아 : 엘리베이터 속의 아이>(요다) 나이가 한 자릿수였던 시절의 나는 지금 사는 세상이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절 기억을 더듬어 보면 수시로 맞은 기억과 뭐든 부족했던 기억만 남아있다. 당시 나는 지금 여긴 꿈이고 꿈에서 깨어나면 행복한 현실이 펼쳐질 거라고 진지하게 믿었다. 동네 아이들이 모두 유치원에 등교하고 TV 오전 정규 방송마저 끝나면, 할 일이 없는 나는 꿈에서 깨어나기 위한 통로를 찾기 위해 골목을 뒤지고 공터를 맴돌곤 했다. 그때 느낀 간절했던 마음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이 작품을 읽으며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집에서 학대당하는 어린 소년으로,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통해 과거로 돌아가 현재를 바꾸고 가족과 행복하게 살기 위해 애를 쓰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마치 영화 의 주인공처럼... 2023. 12. 21.
김초엽 장편소설 <파견자들>(퍼블리온) 언젠가 우리 모두가 별의 자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았었다. 인간을 구성하는 물질은 모두 별에서 왔고, 인간은 그 물질이 우주적 시간 기준으로 찰나 동안 모여있다가 흩어지는 존재에 불과하며, 언젠가 다시 어느 별의 일부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 태양은 항성 규모에 비해 중원소 함량이 높은데, 태양보다 먼저 그 자리에 있던 '퍼스트 스타'가 소멸한 뒤 만들어진 중원소가 태양의 재료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읽은 일이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사라지지 않는 수많은 원자가 별을 통해 순환하는 과정의 일부에 불과할 테다. '창백한 푸른 점' 위에 우연한 계기로 결합한 물질 덩어리에 불과한 인간이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자아로 살아간다는 건 착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기운이 빠졌던 기억이 난다. 이 작품.. 2023. 12. 21.
정세랑 장편소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문학동네) 현재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소설가 중에서 가장 스펙트럼이 넓은 작가를 한 명만 꼽자면 정세랑 작가를 꼽겠다. 같은 장르 소설은 물론 같은 성장소설, 처럼 현대사와 여성 서사를 훌륭하게 엮은 장편소설까지. 특히 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나온 한국 소설을 통틀어 최고작이라고 생각한다. 한 작가가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소재를 자유롭게 다루고 심지어 잘 쓰는지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 짜증 날 때가 많다. 물론 질투 섞인 칭찬이다.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 진심으로 기다리는 몇 안 되는 작가인데, 역시 예상치 못한 장르의 소설로 뒤통수를 친다. 역사 추리소설이라니. 그것도 통일신라를 배경으로 다룬. 이 작품은 당나라 유학파 출신인 육두품 가문 남장여자가 신라의 수도 금성으로 돌아와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 2023. 12. 19.
2023년 12월 4주차 추천 앨범 ▶아이디얼스 [SPACE STATION] ▶복다진 [너만 알고 있지] ▶박지윤 [숨을 쉰다] ▶루시드폴 [Being-with] ▶새의전부 [노래하는 새] * 살짝 추천 앨범 ▶볼빨간사춘기 [Merry Go Round] ▶하퍼스 [Journey, Be Good] ▶동경버튼 [순간적 소년기] 2023. 12. 18.
2023년 12월 3주차 추천 앨범 ▶아톰뮤직하트 [정규 3집] ▶자이언티 [Zip] ▶제이레빗 [J RABBIT CHRISTMAS ALBUM] ▶김완선 [8 FAVORITE SONGS] * 살짝 추천 앨범 ▶소란 [SETLIST] ▶헤이즈 [Lat Winter] 2023.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