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발 소설집 『도망친 곳에서 만난 소설』(빈종이)
거두절미하고 재미있다. 동시에 무척 씁쓸하다. 그리고 미세하게 통쾌하다. 장류진 작가의 소설에서 씁쓸함의 농도를 확 끌어올리면 이런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책을 덮으니 드림카카오 82% 한 통을 입안에 털어놓고 우적우적 씹어먹은 듯한 기분이 든다. 상당히 독한 하이퍼리얼리즘 소설의 모음이다. 이 소설집에는 자만, 착각, 상심, 오만, 기대, 망각이라는 주제로 쓴 여섯 단편이 실려 있다. 마치 가톨릭이 규정하는 칠죄종(교만, 인색, 질투, 분노, 색욕, 탐욕, 나태)을 연상케 하는 콘셉트다. 단편마다 주제는 달라도 어떤 형태로든 일하는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은 같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해 봤거나 관련 직종에 관해 상세하게 취재한 작가가 아니면 쓸 수 없는 디테일이 가득하다. 자만으로 가득한..
2024.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