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994 도선우 장편소설 『도깨비 복덕방』(나무옆의자) 다음 행보가 정말 궁금했던 작가다. 국내 굴지의 장편소설 공모인 세계문학상과 문학동네 소설상을 동시에 받아 화제를 모았던 작가이니 말이다. 단편소설로 응모하는 신춘문예에선 다관왕이 가끔 등장하지만, 장편소설 공모 다관왕은 그야말로 천운에 가깝다. 장편소설 집필은 단편소설 집필보다 훨씬 품과 많은 시간이 드는 작업이다. 장편소설 공모 경쟁률은 신춘문예보다 낮은 편이지만, 못해도 100대 1은 넘어간다. 단편소설 집필보다 물리적인 진입 장벽이 높아서 허수도 적다. 천운은 물론 실력까지 따라줘야 한다. 21세기 들어와 장편소설 공모에서 이 정도 임팩트를 보여준 작가는 서유미, 장강명뿐이다. 그런 작가의 신작 소식이 지나치게 뜸해서 의아했다. 단편을 전혀 안 쓰는지 문예지나 앤설러지에서도 이름을 볼 수 없었다... 2025. 5. 18. 2025년 5월 4주차 추천 앨범 ▶비비 [EVE:ROMANCE] * 살짝 추천 앨범 ▶사뮈 [음] ▶한돌 [한돌 타래 : 천천히] ▶레인보우99 ]BKK] ▶트리플에스 [] p.s. 비비 앨범의 두 번째 트랙 '홍대 R&B'의 가사가 귀에 쏙 들어왔다. 내가 음악기자 시절에 느꼈던 홍대앞 정서를 정말 잘 표현한 곡이다. 2025. 5. 18. 이릉 장편소설 『쇼는 없다』(광화문글방)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 사이에 어린 시절을 보낸 남자라면 공통으로 가진 추억의 키워드 하나가 있으니, 바로 프로레슬링이다. 그 시절 프로레슬링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동네 비디오 가게에 '로얄럼블', '헐크매니아', '올스타전' 등 경기 영상을 담은 비디오테이프 입고되면 아이들은 일제히 흥분했다. VHS 비디오테이프 플레이어가 있는 집에 한데 모인 아이들은 함께 영상을 보며 환호했고, 영상이 끝난 뒤에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아이들은 서로에게 경기 기술을 흉내 내며 놀았다. 마치 군대에서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중계 영상을 함께 보다가 운동장으로 공을 들고 뛰쳐나가는 군인들처럼. 특히 동네에 있는 방방(대전에선 트램펄린을 이렇게 불렀다)은 드롭킥, 스피어 등 레슬러 기술을 재현하기에 최적인 공간이.. 2025. 5. 18. 안윤 소설집 『모린』(문학동네) 몇 년 전 작가의 데뷔작 장편소설 『남겨진 이름들』을 읽고 감탄했었다. 키르기스스탄을 배경으로 현지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한국 소설은 상상해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깊은 시선과 섬세하면서도 우아한 문장이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이 소설집의 분위기는 데뷔작과 다르지만, 일상적인 소재를 일상적이지 않게 다루는 방식이 좋았다. 등장인물의 심리를 묘사하는 문장 역시 데뷔작처럼 섬세하고 우아하다. 장애에 가로막혀 쉽게 소통하기 어려운 마음을 들여다보고(모린), 가장 가까운 사람에 관해 과연 얼마나 아는지 묻기도 하며(핀홀), 오랜 세월 놓지 못한 마음이 끝내 가닿지 못한 채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작은 눈덩이 하나). 소설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차분한데 그 아래에 깔린 정서는 격정적일 때가 .. 2025. 5. 11. 2025년 5월 3주차 추천 앨범 ▶혁오, Sunset Rollercoaster [AAA Live]▶Leaveourtears [acid sugar] ▶Sookqueen Electric But Emotional [Sookqueen Electric But Emotional Part.1] ▶송용창&최민석 [Call Me The Small Room] * 살짝 추천 앨범 ▶개화 [LETTERS TO JULIET] ▶KAHO [UNIVERSE] ▶너울시 [기대로부터] 2025. 5. 11. 복거일 저 『제4차 공생』(무블) 이 책의 성격을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 대중적인 교양서라고 부르기엔 내용이 꽤 어렵고(참고 문헌 목록의 압박!!), 학술서라고 부르기엔 분량이 애매하고... 이 책은 그 둘 사이 어딘가의 지점에 놓여 있다. 읽는 동안 컴퓨터 자격증 수험서의 이론 부분을 복기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개론서라고 정의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팔순에 가까운 저자의 나이를 의식하고 읽으니 글이 젊다고 느껴져 놀랐다. 저자는 AI가 등장한 역사적 배경을 비롯해 최신 기술 동향을 진화생물학, 컴퓨터과학, 천체물리학, 철학 등 다양한 학문과 엮어 꼼꼼하게 분석한다. 분야를 넘나들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대목에선 '한국 SF의 거장'이라는 저자의 짬밥을 새삼 실감했다. 저자는 원핵생물이 동·식물로 진화하는 시기를 1차 공생, 동.. 2025. 5. 11. 최유안 산문집 『카프카의 프라하』(소전서가) 제목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산문집은 프란츠 카프카가 평생 살았던 프라하를 꼼꼼하게 살펴보며 그의 인생과 문학의 흔적을 더듬는다. 소설가이면서 직장인인 작가는 카프카 또한 평생 소설가이면서 직장인인 동년배였다는 사실에 유대감을 느끼며 프라하에 남겨진 카프카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이 과정에서 작가로서의 카프카는 물론 어린 시절의 카프카, 대학생 시절의 카프카, 법원 수습 직원 시절의 카프카, 보험 회사 직원 시절의 카프카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페이지 곳곳에 담진 프라하의 사진은 텍스트만으로 느끼기 어려운 현장감을 살려주며 읽는 맛을 더한다. 챕터마다 카프카의 흔적이 남은 공간을 표시한 지도가 담겨 있어, 여행 가이드북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작가의 상상력과 개인사가 포개져 이야기는 여러 .. 2025. 5. 10. 2025년 5월 2주차 추천 앨범 ▶잔나비 [사운드 오브 뮤직 pt. 1] ▶세이수미 [Time is Not Yours] ▶정태춘, 박은옥 [집중호우 사이] ▶삼치와 이기리 [Girl Hood] * 살짝 추천 앨범 ▶재주소년 [머물러 줄래] ▶김초원 [노처녀 히스테리] ▶피프티 피프티 [Day & Night] ▶일훈 [The Adam] ▶삼각전파사 [Dystopia 2025] 2025. 5. 5. 시몬 스톨렌하그 그래픽노블 『일렉트릭 스테이트』(황금가지) '어벤저스' 시리즈를 제작한 루소 형제가 연출한 동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원작이다. 이 작품은 SF이면서 동시에 1997년 미국을 배경으로 한 대체역사물이기도 하다. 7년 넘게 이어진 전쟁에서 드론과 조종사 간 지연 없는 데이터 처리를 위해 뇌를 연속적으로 연결하는 뉴로 기술이 발전한다. 레이더 장비 기술이 전자레인지 개발에 적용됐듯이 전쟁은 발명을 낳는다. 뉴로 기술은 현재 VR 기기와 유사한 '뉴로캐스터'라는 기술 개발로 이어진다. 하지만 '뉴로캐스터'의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이용자들이 온종일 여기에 연결돼 머무르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일어난다. 이용자들은 먹고 자는 일도 잊은 채 뉴로캐스터에 열중하다가 하나둘 죽어가고, 뉴로캐스터의 서버만이 황폐한 도시의 밤을 밝힌다. 이 작품은 디스토피아에 .. 2025. 5. 4. 이전 1 ··· 5 6 7 8 9 10 11 ··· 2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