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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 장편소설 『용의자들』(위즈덤하우스)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목이 졸려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사망자 주변인 모두가 용의자다. 사망자의 부모, 남자 친구, 남자 친구의 엄마, 담임선생, 베프까지. 가장 용의자와 거리가 멀 것 같은 사람이 용의선상에 차례로 오르고, 또 올라야 할 이유도 충분하다. 용의자들 중 누가 범인일지 추리하다 보면, 페이지 넘기는 속도에 미친 듯이 불이 붙는다. 재미도 재미인데 가독성이 엄청나다.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 알고 싶어 미칠 지경이 되니 말이다. 사실 목차를 보면 누가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핵심 인물인지 짐작할 수 있다. 첫 목차와 마지막 목차에 실린 이름이 같았으니 말이다. 쓸데없이 눈치가 빨라 해당 목차에 실린 이름이 범인이겠거니 하며 이야기를 따라갔다. 목차가 바뀔 때마다 인간애가 쿠크다스처럼 박살.. 2024. 6. 27.
고우리 산문집 『편집자의 사생활』(미디어샘) 출판 시장에 넘쳐나는 게 산문집이라지만, 늘 새롭게 다가오는 종류의 산문집이 있다. 내겐 직업을 다룬 산문집이 그렇다. 나는 최선을 다해 자기 일을 하고, 그 일로 정직하게 밥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랑한다. 내겐 EBS '극한직업'이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감동적이다. 이 책은 책을 만드는 사람, 편집자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산문집의 내용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다. 이미 많은 리뷰가 있는 산문집이어서 거기에 비슷한 칭찬을 보태는 것보다 내 경험을 이야기하는 게 더 신선할 것 같다. 나는 신문기자로 11년 일했고, 그중 2년은 편집기자 경력이다. 편집기자는 신문 지면의 레이아웃을 짜고 제목을 단다. 제목을 잘 달면 대단하지 않은 기사인데도 잘 읽히고, 잘 못 달면 좋은 기사인데도 .. 2024. 6. 26.
문지혁 소설집 『고잉 홈』(문학과지성사) 한국이 아닌 어딘가(아마도 미국?)의 풍경, 배경에 깔린 어스름한 새벽의 박명, 소설집의 제목을 담은 간판. 책을 덮고 다시 표지를 보니 소설들과 잘 어울리는 표지다. 소설집을 읽기 전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표지인데, 읽은 후에는 설명할 수 없는 애틋한 기분이 들었다. 올해 들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표지다. '작가의 말'을 보니 작가가 원래 의도한 제목은 이 제목이 아니었나 보다. 편집 과정에서 제목이 바뀐 건 탁월한 선택이다. 소설집에 실린 아홉 편의 단편 모두 고국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의 설렘과 불안을 섬세한 시선으로 따라간다. 작가의 전작인 장편소설 『초급 한국어』와 『중급 한국어』처럼 단편 대부분이 작가의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쓴 듯 현장감이 상당하다. 장편보.. 2024. 6. 26.
2024년 6월 5주차 추천 앨범 ▶이영지 [16 Fantasy] * 살짝 추천 앨범 ▶타카피 [reserve] ▶롤링쿼츠 [Victory] ▶신잔디 [사람에게] 2024. 6. 23.
2024년 6월 4주차 추천 앨범 ▶이진호 [절실한 임무] ▶신해남과 환자들 [INNOCENT PEOPLE NEVER KNOW] * 살짝 추천 앨범 ▶민찬홍 [Processing] ▶고고학 [VOL.04] ▶소라닌 [어린 기억] 2024. 6. 16.
김준녕 장편소설 <붐뱁, 잉글리시, 트랩>(네오픽션) 책을 열 때부터 덮을 때까지 폭주기관차에 탑승한 듯한 기분을 느꼈다. 영어를 배우려고 한국에 있는 영어마을로 유학을 온 청년들이 등장인물이라는 설정부터 어처구니없지 않은가. 영어로 말하지 않으면 굶어야 하고, 반항하면 선생이 단소로 공격하는 모습쯤은 뒤로 넘어가면 아무것도 아니다. 난데없이 스파이를 찾기 위한 미션을 해결해야 하고, 카지노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며, 북한에 불시착해 '미제 앞잡이'라는 욕을 듣는 등 시종일관 황당하기 짝이 없는 활극이 펼쳐진다.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가늠할 수 없고, 온갖 드립이 난무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무슨 의미를 찾겠다고 진지하게 페이지를 넘기면 함정에 빠지기 딱 좋은 소설이다. 굳이 의미를 찾자면 대한민국의 영어지상주의를 풍자하는 소설일 테고,.. 2024. 6. 16.
차도하 시집 <미래의 손>(봄날의책) 미리 밝히는데, 이 글은 시집 바깥 이야기가 더 많은 잡설이다. 그리고 나는 시를 잘 모르니 너무 진지하게 읽진 마시라. 시간은 2020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는 문학 담당 기자로 신춘문예와 관련한 크고 작은 업무를 맡고 있었다. 다른 신문사의 새해 첫 지면에 실린 당선작을 살피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그중 한국일보 지면에서 시인의 이름을 처음 봤다. 그땐 그냥 지나쳤던 이름인데, 얼마 후 그 이름이 여러 뉴스에 실려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인은 매년 신춘문예 당선작을 모아 펴내는 에 작품 싣기를 거부했다. 그 모습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라면 절대 그렇게 못 했을 테다 당선작을 모아 내는 출판사 측 인사가 미투와 엮여있든 말든 일단 지면에 당선작을 실어 이름을 알리는 게 .. 2024. 6. 12.
2024년 6월 3주차 추천 앨범 ▶ 플라잉독 [오마주] ▶ 피컨데이션 [Moribund]▶ 이두헌 [이두헌 Thinks] * 살짝 추천 앨범▶ 타임머신써킷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 악뮤 [LOVE EPISODE] ▶ 후추스 [넌 가라앉는 날 떠오르게 해] 2024. 6. 9.
2024년 6월 2주차 추천 앨범 ▶놀플라워 [Take me higher] ▶에스파 [Armageddon] * 살짝 추천 앨범 ▶한로로 [집] ▶무이야드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어] ▶블랙파스타 [WAVEVIBE] ▶요정 [어차피] ▶이브(Yves) [LOOP] 2024. 6. 2.